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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비트와 빠른 리듬. 재즈에서 이런 느낌의 곡들을 찾는다면 단연 애시드 재즈(Acid Jazz)를 꼽고 싶다. 쉽게 귀에 들어오면서도 누구나 즐거워질 수 있는 음악. 물론 깊게 연구하려고 하면 한없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이 듣는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드는가가 아닐까. 복잡한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고 일단 여름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비트, 리듬, 그리고 춤,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음악을 만나보자.
애시드 재즈 하면 Cnataloupe Island를 떠올리게 된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분명 원조 허비 행콕의 곡은 아니었다. 그러나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닌 것이, 그곡은 워낙 여러 음악인들이 리메이크를 하는 곡 중 하나여서 이젠 허비 행콕의 오리지날 Cantaloupe Island가 어떤 곡이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곡은 원곡에 비해 신나고 비트가 강해서 어깨춤이 절로 춰지는 댄스곡이었지만 자세히 들을수록 뭔가가 많이 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즈의 대가들의 곡에서 익히 들어왔던 멜로디들도 순간순간 들리면서 그 위에 많은 옷들이 입혀져 있었으며 대체로 흥겨운 리듬을 갖고 있었고 재즈와 힙합 댄스와의 중간에 있는 그곡이 아주 깊게 가슴 속에 남았다.
애시드 재즈는 '재즈'에 바탕을 둔 음악이다.
애시드 재즈는 클럽에서 주로 연주되면서 생겨났기 때문에 춤과 어우러진 형태로 대중화되었다. 그러나 말 끝에 붙어있는 '재즈'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이 음악의 씨는 챨리 파커(Charlie Parker)에 의해 뿌려졌다고 할 정도로 정통 재즈 연주자들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애시드 재즈곡들을 듣다보면 6,70년대 Blue Note의 곡 소절들이 드문드문 들리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애시드(Acid)라는 단어는 '시다', '신랄하다', '매섭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DJ였던 Giles Peterson이 장난삼아 한 말에서 애시드 재즈라는 말이 나왔다. 클럽의 DJ 들과 연주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연주할 때 원음악의 소리를 변형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어느 나라든 동일한 현상이었다.
그들도 레게, 힙합, 재즈 등 음반들을 가져다 놓고 소리를 변형하고 섞으면서 서서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80년대 말 당시에는 유럽에 테크노나 하우스 뮤직이 태동할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원래 듣고 즐기던 재즈 음악과 자연스럽게 혼합되면서 특이한 그들만의 문화가 생겨났다. 이미 미국에서는 70년대에 펑크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이보다는 늦게 영국에서는 80년대에 펑크 음악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펑크는 애시드 재즈의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시드 재즈에는 소울, 힙합, 펑키 등의 요소가 담겨있다.
80년대 중후반에 새로이 등장한 재즈 음악들이라 해도 고전적인 재즈 요소인 스윙이나 블루스를 배제할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유행과 동떨어져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생겨난 음악이 재즈와 70년대 펑크, 힙합, 소울, 펑키 등의 음악적 요소가 합쳐진 장르인 애시드 재즈(Acid Jazz). 이들은 과거에 있었던 명구절을 샘플링하여 생음악 위에 덧입혀진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힙합의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연주곡 보다는 가사가 있는 곡들이 많다.
하지만 이 장르는 '이런 음악은 애시드 재즈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정형화된 공식이 없기 때문에 구별이 모호하다. 또 애시드 재즈는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각 곡마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소울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어깨춤이 춰질 것이고,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가사가 마구 쏟아지는 힙합적인 요소가 담긴 음악을 듣는다면 잠시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음악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의 음악이며, 듣는 사람으로서는 그대로 느끼고 자신의 내부에서 명령하는대로 따르면 된다. 예를 들어 춤이 춰지면 추고, 감상을 해야할 것 같으면 조용히 들으면 된다.
애시드 재즈는 주로 랩퍼나 락커들에 의해 연주된다.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 음악 속에서 애시드 재즈곡을 분별해내기란 쉽지않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애시드 재즈를 주로 연주하는 음악인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대부분 초기에 랩이나 락을 하던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애시드 재즈만을 추구하는 James Taylor Quartet을 시작으로 United Future Organization, DJ Takemura, Incognito, Corduroy, Mother Earth, 그리고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그룹 Brand New Heavies가 대표적인 애시드 재즈 연주인들이다.
이들에 비해 완전히 애시드 재즈랄 수는 없지만 아주 흡사한 음악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연주인들은 Soul II Soul, Jamiroquai, Greyboy, 그리고 그룹 US3가 있다. 애시드 재즈 중에서도 다른 요소보다 재즈의 영향을 주로 받은 연주인들도 있는데, Guru, Gang Starr, Level 42, Courtney Pine 등이 그들이다.
여기서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Brand New Heavies는 1985년에 결성된 그룹이다. 런던 Acid Jazz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1970년대 펑크 그루브에 고전적인 소울과 힙합을 혼합한 음악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멤버 전원이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데 드러머이자 키보디스트인 Jan Kincaid, 기타리스트 Simon Bartholonew, 베이시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Andrew Levy, 그리고 여자 보컬 Jay Ella Ruth가 후에 가담하여 현재의 멤버로 정착했다. 이들은 Soul II Soul 이후에 처음으로 싱글앨범을 만들었는데 그 앨범 'Never Stop'은 영국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R & B 챠트에 오르기도 했다.
Brand New Heavies와 Acid Jazz에서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고 있는 US3는 1993년 Blue Note 레코드사에서 나온 허비 행콕의 'Cantaloupe Island'를 리메이크한 곡 'Cantaloop'(EP. Capitol 레코드사)로 인기를 끌면서 알려졌다. 1991년 결성된 이 그룹은 키보디스트 John Mayall 과 함께 활동했던 작곡가 Mel Simpson과 Geoff Wilkinson, 그리고 랩퍼 Kobie Powell, Rahsaan Kelly, Tikka Yoot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93년 Blue Note 레코드사에서 [Hand On The Torch]를 발매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4년 뒤에는 [Broadway & 52nd]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21세기형 다중 장르인 애시드 재즈. 그 안에 그저 듣기 편하고 즐거운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Acid'라는 말처럼 산뜻한 느낌으로 우리의 기분을 한층 즐겁게 해주는 음악들임에는 틀림없다. 더운 여름, 처지는 몸과 마음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내공의 힘, 바로 애시드 재즈에서 찾아보자.
김효정 (coolyang@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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