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따뜻함과 배려를 먹고 자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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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7일 02시 30분


◇웃음 대장 할머니/시마다 요시치 지음·홍성민 옮김/160쪽·9000원·예원

책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1958년 시골 마을. 아버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아홉 살 아키히로를 시골의 할머니에게 보냈다.

학교 청소일로 살아가는 할머니는 가난했다. 아키히로가 온 첫날 밤 할머니는 잘 왔다는 인사 대신 부뚜막에 불을 지피는 방법부터 가르쳐줬다. 매운 연기 때문인지, 엄마와 헤어진 슬픔 때문인지 아키히로는 연방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냉정한 사람 같았다. 하지만 새벽일을 하기 때문에 손자에게 아침밥을 스스로 지어 먹는 법을 가르쳐 주려는 할머니의 사려 깊은 행동이었다.

할머니는 알고 보니 가난에 굴하지 않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다음 날 아키히로는 할머니가 강에 막대를 걸쳐 놓은 것을 보았다. 강 위쪽 슈퍼마켓에서 버린 나무토막과 야채가 막대에 걸리고 그중 쓸 만한 것을 할머니는 건져 올렸다. 땔감과 반찬거리를 강에서 얻은 할머니는 “강은 깨끗해져서 좋고, 난 연료비 안 드니 좋고,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는 거다”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가난에는 두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말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어두운 가난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밝은 가난. 물론 우리 집은 밝은 가난이지….”

어느 날 저녁식사 시간. 아키히로는 반찬 투정을 부렸다. “왜 요즘엔 밥만 줘? 반찬이 하나도 없잖아.” 그러자 할머니는 “내일은 밥도 없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아키히로는 운동회 날 교실에서 혼자 매실 장아찌와 생강이 든 빈약한 점심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아키히로에게 선생님은 “배가 아프니 내 도시락과 네 것을 바꿔먹자”고 말했다. 선생님은 매년 운동회마다 배가 아프다며 도시락을 바꿨다. 할머니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진정한 친절”이라고 일러줬다. 할머니와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 아키히로의 마음은 한 뼘 자라 있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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