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보센터에서 프리랜서 리포터로 일하는 주인공 미령. 교통사고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불과하지만 뜻밖의 교통사고로 남편 현욱이 죽고 나자 그것은 예외적인 사건이 된다. 같은 차에 타고 있었지만 혼자 살아남게 된 미령은 자책감과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이 죽음으로 상처를 입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령의 친정어머니인 정호순, 시어머니인 박복남도 그 기억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단편소설집 ‘플라스틱 물고기’를 펴낸 김지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은 이처럼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지우기 힘든 상처를 떠안게 된 세 여인이 그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현욱의 죽음 이후 세 사람의 삶은 자꾸 엮이게 된다. 요양원에서 지내던 호순은 남편과 사별한 딸의 집에 들어와 함께 산다. 하지만 호순이 냉장고에 부딪히는 사고로 다치자 미령은 아픈 어머니를 홀로 둘 수 없어 시어머니인 복남의 집에 어머니를 맡기게 된다. 때밀이를 하며 홀로 키운 아들과 데면데면 했던 복남은 아들의 죽음 이후 며느리를 남이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불편해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며 가까워진다. 다툼과 오해, 숱한 우여곡절 끝에 복남이 일하는 목욕탕에 모이게 된 이들은 서로의 속살과 상처를 보듬는 화해를 이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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