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외국현장]실적 저조한 학교 문책-폐쇄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9분


왜 교육개혁을 하려 하는가. 교육개혁의 목표나 철학에 관한 질문이다. 선진국은 21세기를 앞두고 교육개혁을 추진하며 세계화와 국제경쟁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궁극적인 목표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선진국의 교육개혁의 목표를 현지취재와 전문가의 기고를 통해 알아본다. 「헬싱키·워싱턴·런던〓宋相根기자」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있는 레수 고등학교는 1891년 설립됐다. 학생 6백12명, 교사 47명. 전체 인구가 5백11만7천여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학교당 평균 학생수가 2백명 안팎인 핀란드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이 학교의 특징은 재학생이 4개 이상의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강좌가 개설된 외국어는 일어와 중국어를 포함, 모두 15개.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졸업때까지 9개의 외국어를 배운 학생도 있다. 그러나 이 학교는 「보통 고등학교」다. 특수고인 「외국어 고등학교」가 아닌데도 대학보다 많은 외국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이 학교의 교훈(校訓)에서 들을 수 있다. 「자유 국제성 전통, 그리고 미래」. 교장 안테로 펜틸라는 『미래의 주역인 학생을 위해 수준높고 다양하면서도 현대적인 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 나라의 외국어교육열기도 만만찮다. 모든 초등학교 학생은 3학년때 영어와 스웨덴어 중 하나를 배우기 시작한다. 중학교 과정인 7학년부터는 제2외국어를 추가로 배운다. 외국어 교육에 열심인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핀란드의 TV는 외국영화를 방영하면서 영어나 불어를 그대로 내보낸다. 대신 화면아래 핀란드어를 자막으로 넣는다. 외국어에 접할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다. 세계화에 중점을 둔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지난 72년이후 본격화했다. 의무교육인 1∼9학년(초등학교 중학교과정)의 교육내용을 6년간에 걸쳐 바꾸는 것이 골자였다. 80년에 시작한 2단계 교육개혁의 대상은 인문계 및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육체제. 90년대부터는 직업교육이 도마위에 올라 전문대수준까지 교육의 질을 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거창한 마스터 플랜은 없다. 따라서 몇년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지으려는 성급함도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의 교육개혁 역시 「미래」와 「세계화」가 핵심주제다. 이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94년 3월에 마련해 실행중인 교육개혁안 「GOALS 2000(미국교육법)」에 잘 나타나 있다. 「국가를 위한 교육목표 설정」 「목표달성, 도전적이면서도 자발적인 교육기준을 위한 공적책임」 「교육개혁을 위한 지역공동체 지원」 「학부모참여 확대지원」 「국가직업기술기준위원회」. 계획안의 5개 소항목은 한결같이 21세기를 앞두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州)정부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의 「GOALS 2000」 담당관인 프랭크 소볼은 『교육개혁이 지향하고 있는 시점은 21세기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본이념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정직함 존경심, 그리고 함께 일하는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고 말한다. 교육개혁이 입시제도나 기구의 개편, 막연한 정치적 선전구호가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구체적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영국도 중앙정부가 강력한 주도권을 갖고 교육개혁을 추진중이다. 「영국병」으로 일컬어지는 허약한 국가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다. 이는 보수당 정부의 경제정책인 국영기업의 민영화, 공공서비스의 시장원리 도입, 공공행정의 효율성과 능률성 증진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적자생존의 철학이다. 지난 88년 제정한 「교육개혁법」은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허용해 오던 교육자치의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그리고 「로마시대 이후 처음으로」 국가차원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대신 학교예산 운영권한은 지방교육청에서 개별 학교로 넘겼다. 학교의 자율성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학교를 비교할 수 있는 「학교별 성적 일람표」(학교순위명단)를 만드는 새 평가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모든 학교는 「교육표준청」(OFSTED)이라 불리는 장학담당기구로부터 4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의 질, 학생들의 성취도, 자료관리의 효율성 등을 점검받는 것이다. 93년과 94년에 평가를 받은 1만1천1백97개의 초중고교중 2백12개 학교가기준에미달했다.점수가 가장 낮은 7개 학교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10개 학교는 「수치스럽게도」 학교운영권한을 박탈당했다. 햄프셔주의 한 중등학교에선 교장이 모든 교사에게 「이 주일의 반성시간」(Thought For Week)을 갖도록 지시하고 있다.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영국의 미래도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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