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잉글리시…콩글리시…징글리시? "NO"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25분


▼떠들면서 배울 수 있게▼

"Hello, Dickson!" (안녕하세요, 딕슨 선생님!)

“Hi, boys! How’s the exam?”(얘들아 안녕! 이번 시험 어땠니?)

“So so.”(그저 그렇게 봤어요.)

“Me too.”(나도요.)

1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중학교 어학실습실.

2학년 4반생 36명이 영어회사 교사인 매튜 딕슨(35)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거리낌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딕슨이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해 학생들의 회화력과 붙임성이 몰라보게 나아졌다.

3년 전 지방 명문고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 딕슨은 “요즘 중학생의 회화력이 몇 년 전 고교생 수준”이라고 말했다.

딕슨은 5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며 수업을 시작했다.

꼬마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내용. 학생들이 비디오를 보는 동안 딕슨은 칠판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①기사들이 결투를 한 때는 언제인가.

②골드 러시는 어디에서 있었나.

③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몇 층인가.

비디오 상영이 끝나자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영어로 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중세요.” “로키산.” “102층이에요.”

▼학생들 '책과 씨름' 안쓰러워▼

딕슨은 정답을 맞춘 학생들에게 “Good job!”(잘했어)이라며 초콜릿을 상으로 나눠줬다. 학생들이 초콜릿을 빼앗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딕슨의 수업은 유난히 왁자지껄하다. 학생들이 멋대로 하게 방치한다고 걱정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딕슨의 생각은 다르다.

영어를 어렵게 여기거나 무조건 배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없다는 것. 딕슨은 학생들에게도 인터넷 무료 회화 사이트를 뒤지거나 영어로 방영하는 TV에서 농구 등을 보면서 영어와 친해지라고 강조한다.

캐나다인인 딕슨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5년 전 한국에 와 중고교와 영어학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딕슨이 보기에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어느 반이든지 영어 과외를 받는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한 두명을 빼곤 모두 손을 번쩍 든다. 학부모들은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자녀들을 무척 대견스러워하는 것 같다. 딕슨은 이런 환경이 아직까지 어색하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많이 배운 탓인지 교실 분위기가 예전보다 산만해요.”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일까. 캐나다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팬터마임(무언극)을 보고 느낌을 말하거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등 ‘놀이’ 위주의 공부를 한다. 캐나다 학생들에 비하면 한국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책과 씨름하는 대학생 같다. 어느 나라 학생이 더 창의적일까. 딕슨은 한국 교사들과 수업법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싶어한다.

학교 분위기도 갈수록 삭막해진다. 스승의 날 학생들이 건네주는 카네이션과 사탕봉지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날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 딕슨은 “촌지가 오고 갈까봐 서로를 못 믿어 휴교를 하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딕슨에게 한국의 교육은 아직까지 의문투성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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