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0과 1시대 수학이 '힘'이다…금융예측도 수학자의 몫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51분


‘수학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 말 그대로 수학과 그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학을 다른 학문에 응용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수학도 계속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찾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정보통신분야와 금융수학이다.

전자상거래와 금융결제 등 인터넷 비지니스에서 정보보안은 사활이 걸린 문제. 고객의 정보가 새어나가거나 걸어둔 암호가 해독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가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암호학은 지식정보사회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첨단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대 지동표교수(수리과학부)는 “인터넷 정보보안의 핵심인 암호기술은 수학 그 자체”라고 말한다.

가상세계를 형상화하는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울퉁불퉁한 지형이나 나뭇가지와 같이 복잡하고 불규칙한 자연물을 마치 실물처럼 그대로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은 70년대 수학계에 도입된 프랙탈이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체의 원근과 움직임을 실제대로 재현해 자연스런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드는 데도 사영기하학, 리군(Lie group)이론 등 수학이론의 응용이 필수적이다. 또 디지털 TV와 무선인터넷의 성패를 좌우할 디지털 영상압축 기술 역시 수학없이는 불가능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산업도 수학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환율이나 금리, 주가와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작업은 미분방정식과 확률론 등을 전공한 수학자들의 몫이 된지 오래다.

앞으로도 DNA내 염기서열과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생명공학을 비롯해 많은 양의 정보를 고속으로 계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상예측, 항공기 설계 등 많은 분야에서 수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미국 클링턴 대통령은 이미 1997년 연두교서에서 특별히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학교육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수리과학연구소(MSRI)와 수학―응용수학연구소(IMA)는 모두 국책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수학교육은 여전히 입시 위주로 남아 있고,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불균형도 문제다. 서울대 신동우 교수(수리과학부)는 “수학에 대한 투자확대와 더불어 수학과 공학, 산업체 사이의 공동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신동민 과학동아기자>

▼수학 잘하려면▼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의 나라,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주대 방승진교수(수학과)는 수학을 잘하기 위한 마음가짐 가운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첫째로 꼽는다. 설사 자기가 낸 답이 틀렸더라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풀이과정을 되짚어보면 고려하지 않은 조건이나 논리적인 비약을 알아낼 수 있고 또 다른 풀이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주관식 문제를 자주 풀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외우는 수학’이 아니라 ‘생각하는 수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해결 방법과 해결과정을 끝까지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답을 미리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금상을 수상한 한린(韓麟ㆍ19·서울대 자연과학대1년)군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학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를 풀었을 때 칭찬을 듣고 늘 옆에 흥미를 주는 수학책이나 수학문제가 있는 게 학생들에게 자극과 함께 재미를 더해준다는 것이다. 덧붙여 “인내를 가지고 매일 한 문제씩이라도 풀어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올 국내 수학열기 '후끈'▼

올여름 수학 열기가 뜨겁다.

올해는 ‘수학의 해’인데다 세계 각국의 수학 영재들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2000)가 25일까지 국내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리는 IMO―2000은 과학올림피아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데다 82개국에서 학생 463명 등 총 982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로 치러져 국내 수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또 대한수학회는 ‘수학의 해’를 맞아 10월20∼22일 서울 연세대에서 국제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미 올해 6월말과 7월초에는 포항공대에서 암호학과 부호론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또 고등과학원(원장 김정욱) 역시 올해를 ‘기하학과 위상수학의 해’로 정하고 8월 중순 대규모 국제학술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수학의 해’는 1992년 5월 국제수학자연맹(IMU)은 ‘리오데자네이로 선언’을 통해 결정됐고 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해 세계 각국이 이를 기념하고 있다.

<신동민 과학동아기자>

▼교양수학 베스트셀러 휩쓸어▼

수학교양도서가 뜬다

수학 관련 도서가 올해 상반기 교양과학도서 시장을 휩쓸고 있다. 베스트 순위목록에 오른 책 10권 가운데 수학교양 도서의 수가 평균 6,7권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세계 수학의 해를 맞아 각 출판사에서 수학관련 교양도서를 집중적으로 발간한데다 대부분이 딱딱하고 어려운 수학의 이미지를 없애, 수학을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즉 수학을 알기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려는 독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책 제목들도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경문사), ‘마법의 수학나라’(맑은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궁리) 등 복잡한 수식을 연상시키지 않는 파격적인 것들이 많다.

또 수학을 다루는 형식이 다양해진 것도 두드러진 특징. 소설로 수학을 소설로 풀어 쓰거나 수학자의 생애를 담은 전기 외에도 ‘수학의 몽상’(푸른 숲)과 같이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이지영 씨는 “선택의 폭이 늘어나면서 30대 남성들까지도 수학 교양서적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수학교양도서 베스트 5
저 자책 명출 판 사
리오넬 살렘 외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궁리
크리스티 매간지니마법의 수학나라맑은 소리
이진경수학의 몽상푸른 숲
샤르탄 포스키트수학이 수군수군김영사
이시히라 키요타카세상 밖으로 날아간 수학맑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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