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사전에 학부모를 가장해 전화로 17일부터 3주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인 교장은 “한국인 교감이 서랍을 잠그고 휴가를 떠났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자료제출 요구를 묵살했다.
이 학교는 19일부터 3주간에 70만원을 받고 재학생과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서머스쿨’을 운영할 계획이며 이미 모집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국내 외국인학교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국내 일반 학생들을 모집해 고액 영어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자국민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5년 이상 장기 거주하다 일시 귀국한 해외 교포자녀 등으로 입학 자격이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별도의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외국인학교에 대한 기대 심리를 갖고 앞다퉈 등록해 손쉽게 내국인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서울 노원구 H외국인학교도 6월19일부터 한달 과정의 서머스쿨을 개설, 재학생과 일반 초등학생 20여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수강료는 하루 6시간 수업에 수업료 100만원, 점심대 5만원, 교통비 12만원 등 117만원. 외국인학교는 방학이 빨라 한국인 초등학생 3명은 다니던 한국 학교를 쉬면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겨울방학 때는 1∼2주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
경기 의정부시 I외국인학교도 24일부터 8월15일까지 3주간의 영어캠프를 운영할 계획인데 5월부터 학생 모집에 나서 6월말 100여명을 모두 채웠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영어회화와 발음교정 등 하루 4시간반씩 수업을 하고 교통비 식사비를 포함해 100만원을 받기로 했으며 서울 학생들을 위해 스쿨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 학교 박정진(朴征眞)사무처장은 “영어를 잘 못하는 재학생에게 영어 보충교육을 할 계획이었는데 일반 학부모들의 요청이 많아 내국인 학생 50여명을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3학년 자녀를 둔 L모씨(36)는 “해외연수보다 비용이 적고 외국인학교 교사들이 가르친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학교를 방문한 뒤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처럼 외국인학교들이 내국인 학생을 상대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실태파악에 나서도록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한편 교육부는 13일 외국인학교제도 개선 공청회를 가졌다. 이 공청회에서는 내국인 학생의 입학허용문제,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설립허용 등 3가지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은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면 조기유학으로 인한 외화유출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찬성론과 우리 교육에 엄청난 혼란을 준다는 반대론을 폈다.
국내에는 현재 61개의 외국인학교가 있으며 이 가운데 19개교만 학력 인정이 안되는 각종학교로 인가를 받아 졸업생은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나머지 학교는 외국인단체로만 등록돼 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