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7일 지금까지 단일 학문에 한해 석사 박사 학위를 수여하도록 까다롭게 규정된 학위관련 규정을 연내에 고쳐 내년부터 복합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학위운영을 자율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령인 현행 ‘학위 종별에 관한 규정’은 학위를 석사학위 47종, 박사학위 28종으로만 지정하고 있다. 이를 자율화하면 의학―기초과학, 공학―경영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의 학위를 연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는 의대에 임상과정과 기초과학 연구를 연결해 병행 연구하는 ‘의과학자 복합학위(MD―PhD)’과정을 내년에 신설하고 우선 학사편입생 중 5명을 뽑는 등 매년 5명씩을 선발해 장학금 생활비로 1인당 연간 300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MD―PhD과정은 기초의학 2년→PhD과정 3년→임상과정 2년 등 7년이 걸리며 진로에 대한 걱정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과정 이수자는 교수인력으로 채용하는 등 특전을 줄 방침이다.
연세대 김경환(金景煥·약리학)두뇌한국(BK)21 의과학사업단장은 “임상의학과 기초과학 연구 경험을 가진 연구인력을 집중 육성하지 않으면 치료제 개발 등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MD―PhD과정 이수자도 전문연구요원에 포함시켜 병역특례를 주는 등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BK21사업 의생명 분야에서 지원받은 38억원과 48억원을 활용해 MD―PhD과정을 신설키로 하고 시행 방안을 준비중에 있으며 성균관대 경북대 전남대 경상대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지원으로 소수 위주의 MD―PhD과정을 운영, 매년 175명에게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은 고베대학이 이를 시범운영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도쿄대학과 오사카대학도 이 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서로 다른 학문을 접목시키며 경쟁력 있는 복합학문을 만들어가는 것이 세계적인 학문추세”라며 “이제 대학들이 학위 종류 등을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