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제 수업으로 오전과 오후에 교실을 나눠 쓰던 1학년 3반과 7반 학생들이 이날 방학식을 하러 한 교실에 모였다.
신이나 교실이 떠나갈 듯 재잘대는 98명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담임교사 최국희(崔菊姬·여)씨는 기분이 착잡해졌다.
논밭에 둘러싸여 한적했던 이 학교는 6년 전부터 난(亂)개발로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47학급 2300명으로 급증했다. 경기도 학급 당 배치 기준보다 2명이 많은 49명으로 반을 짜고도 1학년 8학급은 2개 반이 2부제로 한 교실을 쓰는 형편. 교사들도 6평짜리 컨테이너 사무실을 교무실로 쓰고 계단 밑 공간을 휴게실로 쓸 정도로 열악하다.
최교사는 “오전 오후반이 교대할 때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사고가 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교육 여건이 가장 열악한 곳. 초중고의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42.2명으로 전국 평균 38.7명을 크게 웃돈다. 학교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 주택 건설을 마구 허용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주택 정책의 결과다.
수도권의 교육 여건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분당 평촌 중동 산본 일산 등 5대 신도시도 사회 기반시설이나 통학 거리 등 여건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42.8명, 중학교 44.6명, 고교 46.9명 등 평균 44.1명으로 교육 지표는 서울(평균 35.5명)에 비해 떨어진다. 분당 등지에서는 아직도 주택건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교육 지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교 비평준화지역인 신도시는 분당의 서현고 분당고, 안양의 안양고, 일산의 백석고 백신고 등 이른바 신흥 명문고의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높아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일산 등 일부 신도시는 고교 진학자를 소화하지 못해 학생들이 파주 등지의 고교로 진학할 형편이어서 평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도시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남양주 파주 용인 김포는 난개발지역으로 신도시에 비해 사정이 안 좋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38.7명, 중학교 42.4명, 고교 44.0명 등 평균 40.3명으로 5대 신도시보다 아직 낫지만 통학 거리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경기도에는 학생들이 건설 현장을 지나 등교하거나 주거지 부근에 학교가 없어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학교도 10여곳이나 된다.
용인시 수지읍 상현초등학교는 건설 현장의 한복판에 있다. 주변에 가스 인입선이 없어 겨울철 난방도 큰 문제다.
이 학교 오민환(吳民煥·여)교장은 “통학로에 대형 건설 차량이 질주해 위험하고 공사 소음 때문에 수업을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의 학생 수는 159만여명으로 2005년에 213만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5.7%씩 증가할 전망이다. 과밀 학급 수도 2만9752개다.
2004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초등 중학교 35명, 고교 40명으로 낮추려면 583개교를 지어야 하지만 예산 부족, 학교 부지 확보, 그린벨트 내 학교 건설 등이 쉽지 않아 당분간 ‘콩나물 교실’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사업법상 공동 주택을 지으려면 2500가구당 초등학교 1개교, 5000가구당 중학교 1개교, 7500가구당 고교 1개교를 지어야 하지만 업자들은 교묘히 법망을 피한다.
경기도교육청 김은섭(金銀燮)교육지원국장은 “학교 신설에 6조6000억원이 필요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주택 건설시 학교 설립 협의를 의무화하는 등 난개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