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진학을 앞둔 아들의 적성이 궁금했다. 미술을 좋아해 그림 공부를 하는 딸이 예술적 재능을 지녔는지도 알고 싶었다. 2년 전 독일에서 살 때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받았지만 귀국 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키운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재주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는 진로에 대해 꼼꼼히 지도하지 않거든요. 평생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면 좋을 텐데….”
강씨는 고민 끝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에서 심리검사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았다.
방학이 되자 강씨와 같이 아이들의 진로를 알아보려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고교 2년생 아들이 뭐가 되고 싶으냐 물어 보면 모르겠다고 한다.’ ‘중학 3년생 딸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연예인도 되고 싶고 교사도 되고 싶어하고….’ ‘영문과를 고집하는 아이가 정말 제 길을 찾은 건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곳을 찾은 학부모들의 사연은 갖가지다.
상담을 하는 학생들의 유형을 대개 3가지.
첫째, 드물지만 스스로 선택한 진로가 옳은 결정인지 과학적인 검사와 전문가의 상담으로 확인받으려는 유형이다.
둘째, 적성과 진로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결정을 못 내리는 유형. 과잉 보호를 받고 자란 학생들은 작은 일도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어 진로 선택에서도 우유부단 하다는 것.
마지막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유형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어떠한 직업들이 있는지 정보가 부족한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고교생 1400여명을 조사해보니 소질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학생은 14%에 불과했다. 대부분 학생들(85.2%)은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와 진로 상담을 하느냐’는 질문에 41.1%가 ‘친구’를 들었다. ‘누구와도 이야기한 적 없다’는 학생도 16.3%였다. 담임교사나 진로지도 교사와 상담하는 학생은 각각각각 1%와 0.4%로 학원이나 과외교사(1.2%)보다 낮았다.
진로정보센터 상담원 은혜경씨는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들이 개인의 소질과 적성, 능력에 맞게 자녀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성장 단계별로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은씨는 “심리검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라며 “아이의 진로를 단정짓지 말고 검사 점수가 높은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고 당부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