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요 대학의 인기 학과는 지원자 대부분이 가중치를 주는 영역에서 만점을 얻기 때문에 해당 영역에서 한두 문제를 실수로 틀리면 점수 차가 본래 점수보다 더 크게 벌어져 상위권 수험생들은 동일한 유형의 문제를 수십번씩 푸는 ‘반복 학습’에 전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수능에서 영역별 만점자 수는 99학년도에 비해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 언어 영역을 제외하고 크게 늘어났다.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리탐구Ⅰ 영역은 만점자가 1만6402명으로 99학년도에 비해 9.4배, 사회탐구 영역은 7440명으로 2.5배, 과학탐구 영역은 1만214명으로 13.1배, 영어 영역은 1만6675명으로 3배나 늘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 주요 대학 인기학과의 경우 지원자의 점수가 모두 만점이어서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숙명여대 영문학과의 경우 80명 정원에 영어 영역 만점자 8명을 특차모집으로 선발하려 했으나 만점자가 72명이나 몰려들어 대학이 이들을 모두 합격시킬 수밖에 없었다.
2001학년도(올해)도 수능은 지난해 수준으로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영역별 만점자가 지난해와 같이 많아 단순한 실수 여부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상위권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올해 대부분 모집단위에서 수리탐구Ⅰ과 영어 영역에 가중치를 둬 신입생을 선발한다. 법대의 경우 이들 영역에 각각 20점의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수리탐구Ⅰ에서 2∼3점짜리 문제 1개를 실수로 틀리면 점수 차가 2.5∼3.75점으로 커진다. 수리탐구Ⅰ에 28점의 가중치를 주는 자연계 모집단위의 경우 1문제를 틀리면 점수 차가 2.7∼4.05점으로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
고려대도 수리탐구Ⅰ과 영어에 40점의 가중치를 주는 등 대학에 따라 적은 점수 차가 전형에서 더 크게 반영되기도 한다.
서울 경기고 진학지도교사 한기성(韓基城)씨는 “실수로 한두 문제를 틀려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는 상위권 수험생이 꽤 많다”면서 “이 때문에 심화학습을 하기보다는 유형화된 문제를 자주 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榮德)평가실장은 “올해도 서울대 인문계의 모집단위별 합격생 수능 평균점이 최고 10점 차에 불과할 것”이라며 “상위권 수험생은 얼마나 안 틀리느냐에 따라 대학의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험생의 실력 차를 가리는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수능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서울대 임인재(任寅宰)교수는 “수능이 과외 감소 등 사회 정책적인 입장에서 출제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수능이 수험생의 실력 차를 측정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연 도
구 분
언어
수리탐구Ⅰ
수리탐구Ⅱ
영어
계
사회탐구
과학탐구
2000년
만점자
10
16,402
7,440
10,214
16,675
50,741
비율
0.001%
1.9%
0.9%
1.2%
1.9%
5.8%
95점 이상
1,162
36,587
39,469
47,684
79,592
204,494
1999년
만점자
754
1,744
2,932
781
5,635
11,845
95점 이상
25,884
6,373
18,062
8,119
36,847
95,285
증 감
만점자
-743
+14,658
+4,508
+9,433
+11,040
+38,896
95점 이상
-25,131
+30,214
+21,407
+39,565
+42,745
+109,209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