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무자격 선생님' 속출 학생들만 피해 본다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경희대 영어학부 A교수는 올 여름방학 때 부전공으로 영어를 선택한 서울시 중고교 교사들에게 영어 연수를 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영어연수를 받는 80명중 절반이 대학 1학년 교양 영어 수준의 문장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중학생들이 배우는 ‘최선을 다하다’(do one’s best)는 표현도 모르거나 ‘팔(arm)’을 ‘군대(army)’라고 쓰는 사람이 있을 정도.

A교수는 “이들이 연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모두 영어교사 자격증을 받는다면 큰 문제”라며 “교사의 전문성을 검증해 교사 자격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부전공 연수가 결과적으로 ‘무자격’교사를 양산, 학생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올해부터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수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제2외국어 기술 상업 등 교사들이 국어 영어 수학 등 다른 과목에 대한 부전공 연수를 받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이들의 ‘실직’ 등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 부전공 연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3792명이 부전공 연수를 받았으며 올해는 50.7%가 늘어난 5715명이 부전공 연수를 받고 있다. 내년에는 6100여명이 부전공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2, 3개 교과목의 연수를 받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검증절차는 전무해 대학의 복수 전공 기준인 21학점 315시간 이상 연수를 2∼3개월동안 받으면 자격증을 받고 새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 학부모와 예비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고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이모씨(44·서울 관악구 봉천1동)는 “전공한 과목을 가르치는 일부 교사들도 실력이 떨어져 학생들이 외면하는 현실”이라며 “불과 몇 달의 연수를 받은 교사가 어떻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씨(26)는 “사범대 졸업생들은 2, 3년간 임용시험을 준비하는데 현직 교사는 마음대로 과목을 바꿔 가르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부전공 연수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사만 부전공 연수를 받거나 △부전공 연수를 받은 뒤 시험을 치러 자격을 주거나 △교과목을 바꿀 때 사범대 졸업생과 똑같이 시험을 치르되 교사 경력을 인정해 가산점을 주는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구정고 김진성(金鎭晟)교장도 “부실한 부전공 연수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교사에 대한 신뢰만 무너뜨리게 된다”며 “교사를 실력과 상관없이 모두 떠안으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부전공 연수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올 서울시 중고교사 부전공 연수 현황
연수과목교사수(명)
일반
중고 교사
실업계
교과 교사
도덕·윤리4020
공통사회6080
수학4080
국어6040
영어4040
일본어4010
정보·컴퓨터150110
디자인·공예 40
사진5
관광11
미용3
의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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