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우리아이 어느대학 무슨과 보내야 하나"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9분


2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열린 올해 대학입시 설명회. 이 백화점이 고객을 위해 입시전문가를 초대해 펼치는 행사.

수험생 딸을 위해 휴가를 포기하고 정보를 구하려는 아버지, 맞벌이 아들 내외와 수험생 손자를 위해 자료를 받으려는 70대 할아버지, 학부모, 고교 3학년생 등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100여명은 입시 전문가의 말을 옮겨 적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 질문 공세를 폈다.

“선생님, 자료 15쪽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별로 지원 가능한 대학표가 나오는데 올해는 좀 올려잡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재수생들 성적이 좋다던데….”

“수능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지면 교과서 밖 문제가 많이 출제되나요?”

이들은 설명회가 끝나자 우르르 전문가에게 몰려가 ‘개인 상담’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봉사활동 시간을 못채웠는데 수시모집에 지원해도 괜찮겠어요?”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거죠?” “우리 애가 사학과를 고집하는데 사학과를 나오면 어디에 취직할 수 있나요?”

이들은 한시간 남짓 여러 질문을 던지다 결국 아쉬운 표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학부모는 답답하다. 수험생도 답답해 발을 구르다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대학 입시를 앞 두고 투명하고 자세한 입시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해가 갈수록 대학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전형방법을 도입해 입시가 한층 복잡해졌지만 속시원한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 대학은 자신들의 ‘고객’이자 ‘교육 수요자’인 수험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색하다. 일선 진학지도 교사들도 복수지원으로 원서량이 늘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많아 일손이 바빠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상담하기 힘들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온 전진호군(18·평촌고 3년)은 “수시모집이 시작됐는데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선생님은 바쁘시고…”라며 답답해했다.

동생을 대신해 설명회를 찾은 박은정(朴銀貞·23·서울 용산구 보광동)씨는 “6년전 내가 대학 들어갈 때보다 입시는 훨씬 까다로운데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량은 예전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입시철만 되면 사설 입시학원이 마련하는 입시 설명회는 늘 만원이다.

현대백화점이 22일부터 5일간 수도권 지역 5개점에서 개최한 입시설명회의 초대권 1000장이 하루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입시 설명회의 단골 강사인 D학원의 L실장은 “각종 문화센터와 일선 학교에서 올해만 50번 넘게 설명회를 가졌다”면서 “가는 곳마다 강의실이 미어터지는 것은 그 만큼 정보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 컬럼비아 등 명문대에 9명을 유학보낸 대원외국어고 김일형(金一衡)교감은 “미국 명문대 입시 담당자가 한국까지 찾아와 입학생들의 성적, 교수진, 졸업후 진로, 기숙사 시설 등 모든 정보를 내주며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려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대학이 고객인 수험생들에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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