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종(劉仁鍾)서울시교육감은 15대 교육감 취임식(26일)을 앞두고 23일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학교를 자율과 인성을 중시하는 전인교육 현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시험 수행평가를 중학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교육감은 “무시험 수행평가를 내년에 중학교 1학년, 2002년에 1, 2학년 그리고 2003년에 전체 학년으로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사지선다형 위주의 현행 중간 학기말 시험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수행평가는 평소 수업이나 과제물을 통해 학습참여도 문제해결능력 학습성취도 등을 수시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평가결과를 점수화하거나 등수를 매기지 않고 성적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서술형 평가방식’으로 기재키로 했다.
국어과목의 경우 현재 필기시험 성적과 수행평가 결과를 종합해 ‘85점’, ‘전체 석차 100등’ 식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표현력은 좋으나 글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등의 서술식 문장으로 기록 평가한다. 그러나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고교 입시를 치르는 점을 감안해 성적표와 학생부에 평어(수 우 미 양 가)를 기록하기로 했다.
‘무시험 수행평가’가 도입되면 △중학생 사교육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주관적인 평가의 공정성에 따른 논란이 일고 △교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느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현재의 교육방법 대신 과제물 작성법 등을 지도해 주는 학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주부 이은하(李銀河·37)씨는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이 2년 전 캐나다에서 보조교사가 있는 20명 안팎의 학급에서 수행평가를 받았다”면서 “정확한 수행평가를 위한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교육감은 14대 교육감시절이던 97년 초등학교 학기말 시험을 없애고 98년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했다. 이후 다른 시도도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한 적이 있어 서울지역 중학교가 학기말 시험을 없애면 다른 시도도 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유교육감은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인근 4, 5개 학교를 묶어 영재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세계적으로 학력을 인정받는 커리큘럼을 가진 국제 고등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