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부터 매주 금요일 KBS 1TV를 통해 논어(論語)강의를 펼치게 된 철학자 김용옥씨의 감회는 사뭇 의미심장했다.
공영TV의 주요시간대(금요일 밤 10∼11시, 11시반∼12시반)를 할애받아 50주간 100회의 강연을 펼치다는 것이 학자로서 얼마나 엄청난 모험인가를 그는 충분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논어는 우리의 사상과 언어를 1000여년간 지배해 온 동양최고의 경전이다. 그 ‘천하제일지서(天下第一之書)’의 현대적 주석이 제게 맡겨진 것은 내가 결코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바로 그럴 수 있는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방송에 임할 것이다.”
―왜 지금 논어인가.
“논어는 이땅의 사람들에게 지적욕구를 일으키는 가장 강렬한 텍스트다. 바로 그 경전의 권위를 빌려 이 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바로 잡고 싶다. 지금의 도덕적 해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는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등장할 정도로 공자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데.
“그런 논의는 무의미하다. 먼저 공자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한다. 이땅에 사는 사람들이 논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실제 논어를 읽은 사람은 0.001%도 안된다. 내 강의는 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EBS에서 특강을 펼쳤던 노자와 공자는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 아닌가.
“외면적으로는 도가를 유가의 안티테제로 볼 수 있다. 공자가 ‘어떻게 도덕적 삶을 살 수 있는가’를 실존적 문제의 해답을 찾은 반면 노자와 불가는 ‘어떻게 도덕을 초월할 수 있는가’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의식은 궁극에 가서는 일치한다.”
―유가보다는 도가와 불가에 더 심취하지 않았었나.
“젊은 시절부터 장자와 도덕경 여씨춘추 등 방대한 동양경전을 섭렵했지만 의식적으로 논어와 맹자는 읽지 않았다. 내 성격상 젊은 나이에 유교경전을 읽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웃음). 하지만 그런 외경을 다 읽고 난 뒤 논어를 읽으니 공자의 사상이야말로 제자백가의 사상을 모두 아우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논어와 도덕경을 비교한다면.
“도덕경의 노자는 탁월한 철학서의 저자로만 남아있지만 그속에는 인간 노자가 없다. 하지만 논어에는 공자의 생생한 삶이 담겨있다. 논어는 도덕교과서가 아니다. 공자와 제자들간의 문답을 통해 펼쳐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다. 내 강의는 유교라는 좁은 울타리에 갖혀 있는 그 드라마를 콘템퍼러리하게 복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이 강의는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다. 중국 현장을 탐방하기도 하고 국내 석학은 물론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인기있는 인물들과 토크쇼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지난친 쇼맨십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식은 공유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되야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의미깊고 심도있는 내용일수록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내 노력이 쇼맨십으로 비친다면 O.K., Fine!”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