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외국인학교는 뭔가 다르다?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39분


서울 노원구 월계2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외국인학교(CCS)의 초등 1, 2학년 통합반 수학교실. 학생은 모두 14명.

영어로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담임 교사인 마크 프로츠먼의 손뼉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교사는 닭을 팔러 장에 가는 농부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주며 덧셈 뺄셈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농부가 닭 5마리를 사서 트럭에 싣고 가고 있었어요. 이웃집 농부를 만나 닭 2마리를 더 싣게 됐어요. 모두 몇 마리일까요.”

“3마리요.” “6마리요.”

여기 저기서 틀린 대답이 나왔다.

윈스턴(7·한국명 유덕상)이 손가락으로 계산하더니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7마리예요.”

교사가 칭찬을 하자 옆 짝꿍이 ‘축하해’라며 윈스턴에게 악수를 청했다. “잘 들어봐요. 농부가 7마리의 닭을 싣고 농장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차가 덜커덩 하면서 3마리가 떨어졌어요. 그러면 몇 마리가 남았을까요.”

◇놀이 통해 수학개념 익히게

교사는 답이 틀렸다고 말하거나 먼저 답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칠판에 ‘5+2=7’ 같은 풀이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또 각도기 대신 팔을 벌려 직각, 예각, 둔각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개념을 배우도록 유도했다. 놀이를 겸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싫증내지 않았다.

89년 설립된 이 학교는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모두 120명이 공부하는 미니 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10∼15명, 교사는 20명. 교육 시설은 수준급이다. 해외에 오래 살다 귀국했거나 시민권 영주권을 획득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입학자격〓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정원의 20∼30%까지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도록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을 완화할 방침을 밝힌뒤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CS 카운슬러 송유하씨는 “영어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의 입학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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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은 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또는 5년 이상 장기 해외거주자로 까다롭다.

정부는 초 중학교는 △부모와 함께 2년 이상 외국에서 살며 외국학교에 2년 이상 재학했거나 △정부 초청 또는 추천으로 귀국한 과학기술자 및 교수요원 자녀, 고교는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한 교포 자녀 △2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한 공무원 상사원 자녀 △외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자녀 가운데 외국 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한 학생에게 입학자격을 줄 방침이다. 현재 외국인학교 재학생은 한국인이 대다수. 대부분 시민권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외국에서 장기 거주하다 귀국한 학생들로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국내 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힘들다. 이들은 외국인학교를 선호하거나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외국인학교에 등록한다.

◇수업료 연 600만~1000만원

▽외국인학교 현황〓국내 외국인학교는 모두 60개교이며 화교학교의 비중이 높다. 이 가운데 22개 학교(영어사용 학교 12개교)만 인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시설기준 미달 등으로 미인가 임의단체에 머물고 있다.

수업료는 대부분 연 600만∼1000만원으로 비싼 편이고 1000만원이 넘는 학교도 몇 곳 있다. 점심식사비 통학버스비 특별수업비 등은 별도.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11.8명.

▽교육과정〓외국 교육제도를 따르기 때문에 국내 학교와 교육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국제크리스천학교(ICS)중 고교 과정은 성경 컴퓨터 드라마 영어 외국어 수학 음악 체육과학 사회 등을 가르치고 스포츠 모의유엔 신문읽기(NIE) 학생자치 밴드팀 등 과외활동을 한다.

필립 할리버튼 ICS교장은 “과목 수가 적지만 학생 수준에 맞게 심화 학습을 하기 때문에일부 학생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며 “필수 과목을 제외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학습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1학기는 8월말이나 9월부터 시작한다. 초등학교 과정은 입학시험이 없지만 중 고교 과정은 영어 수학시험을 보는 학교가 많다.

◇국내 대학진학 힘들어

▽진학〓자녀를 한국에서 계속 교육시킬 것인지 아니면 외국에서 교육시킬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외국인학교는 해당 국가에서 학력을 인정받지만 국내에서 아직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외국인학교생이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국내 고교생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녀가 적당히 영어를 배우고 국내 중 고교나 대학에 진학하는 방편으로 외국인학교를 선택하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이 같은 제약으로 인해 외국인학교 졸업자 대다수는 미국 등지로 진학한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인가 외국인학교 현황

학교명

전 화

주 소

개설과정

국제크리스천학교

02-773-1993

서울 용산구 용산동

유, 초, 중, 고

서울독일학교

02-792-0988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 초, 중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

02-555-2475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 초, 중

서울외국인학교

02-330-3100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유, 초, 중, 고

서울일본인학교

02-574-0348

서울 강남구 개포동

유, 초, 중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

02-797-0234

서울 용산구 보광동

유, 초, 중, 고

프란치스코학교

02-798-2195

서울 용산구 한남2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학교

02-905-9275, 6

서울 노원구 월계2동

유, 초, 중, 고

한국영등포화교소학 교

02-678-5939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국외국인학교

02-561-0509

서울 강남구 개포동

유, 초, 중, 고

한국켄트외국인학교

02-2201-7091, 2

서울 광진구 능동

초, 중, 고

한국한성화교중고등학교

02-324-0664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중, 고

한국대구화교중고등학교

053-471-1422

대구 남구 봉덕동

중, 고

광주외국인학교

062-575-0900

광주 북구 양산동

유, 초, 중, 고

대전국제학교

042-633-3663

대전 대덕구 오정동

초, 중, 고

서울국제학교

031-759-5836

경기 성남시 복정동

초, 중, 고

의정부화교소학교

031-829-3481

경기 의정부시 가릉동

인디언헤드학교

031-870-3475-9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유, 초, 중, 고

원주화교소학교

033-764-4846

강원 원주시 원동

춘천화교소학교

033-254-5196

강원 춘천시 옥천동

청주화교소학교

043-274-2204

충북 청주시 사직2동

충주화교소학교

043-847-2656

충북 충주시 교현1동

22개교


학생 5078명(유치원 포함)

교사 5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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