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경희대 200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초등학교에서나 나올 법한 문제에 일순 당황했다. 경희대는 “서론을 작성하기 전 원고지 5행에 적절히 태극기를 그려 넣고 태극의 붉은 색, 파란 색 표시는 글로 써넣을 것”이라는 이색적인 문제를 냈다. 물론 이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감점된다는 주의 사항도 적혀 있었다.
2600여명의 수험생은 ‘혹시나’ 싶어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수험장에 태극기는 없었다. ‘1부터 10까지의 수를 이진법으로 바꾸고 그것을 본론에 포함할 것’이 두 번째 지시 사항. ‘이진법’의 개념만 알면 단순한 문제였지만 수험생들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경희대는 이날 2진법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고대 중국 역경(易經)의 육효(六爻)를 2진법과 관련시켜 논의한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사례를 중심으로 음양론(陰陽論)―컴퓨터 등을 논의한 제시문을 읽고 ‘태극기의 의미를 논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경희대 주동준(朱東駿)입학관리처장은 이에 대해 “단순히 태극기를 그릴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한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태극기는 원고지 100자로 처리해 채점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