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버클리대(UC Berkeley)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재 등용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만을 사이에 두고 동서에 포진한 두 대학은 100여년간 미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대. 그러나 첨단 산업 분야만큼은 버클리대가 유독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야후의 제리 양 등 스탠퍼드대 출신은 승승장구하며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지만 버클리대 졸업생은 첨단업계에서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스탠퍼드대 편중 현상이 줄어들면서 버클리대와 실리콘밸리의 협력 관계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포천지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올해 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 졸업생 241명중 중 3분의 1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직했으며 25명은 인터넷 회사를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스 대학원 졸업생 중 69%는 동부로 진출하지 않고 캘리포니아 북부에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가운데 실리콘밸리 일대에 취업하는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포천지는 지적했다.
버클리대 출신의 실리콘밸리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첨단관련 창업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스 경영대학원은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역임한 로라 타이슨이 지난해 학장으로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창업한 동문이 강사로 나오는 ‘파운더스 포럼’과 실리콘밸리의 일류 경영인이 진행하는 ‘리딩 에지’ 세미나 등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다.
버클리대가 있는 오클랜드의 임대료가 실리콘밸리의 핵심 지역에 비해 싸 졸업생들 가운데 버클리 일대에 정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오클랜드 지역 임대료는 레드우드, 팰러앨토 등 실리콘밸리 핵심 지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스탠퍼드대 출신이 그동안 실력을 믿고 지나치게 뻐겨 온 점도 첨단업계가 인력 조달을 위해 버클리대 출신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든 한 요인이라고 포천지는 지적했다. 서로 스카우트하려는 통에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은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