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중고교생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완고한 교육 당국을 움직여 ‘두발 규제 완화’라는 ‘전리품’을 얻어냈다.
이를 계기로 중고교생들이 가상공간에서 벌이는 ‘안티 스쿨’ 운동이 주목을 끌고 있다.
‘안티 스쿨’ 사이트란 학교폭력 고교등급제 사학비리 등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생들의 자유 토론 공간.
이들의 위력은 두발규제 철폐 운동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이버 유스’ ‘채널텐’ ‘아이두’ 등 안티 스쿨 사이트가 뭉친 청소년 연대 ‘위드(With)’는 올 5월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사이트(www.idoo.net/nocut)’를 개설해 4일 교육부의 두발 규제 완화 발표때까지 9만8900여명으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아냈다.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은 홈페이지(http://get.to/students)를 통해 ‘두발규제는 학생 인권 침해’라는 주장을 펴는 한편 가상공간을 박차고 나와 3차례에 걸쳐 서울 명동과 대학로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아이 헤이트 스쿨(www.ihateschool.co.kr)’ ‘하늘천사(www.skyangel.co.kr)’ ‘엔시팔(n18.corea.to)’ 등 안티 스쿨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연일 ‘귀밑 3㎝의 규정으로 우리의 정신을 억압하지 마라’ ‘두발규제는 일제시대의 잔재’ 등의 글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앞으로는 두발규정 제정시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감시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안티 스쿨 사이트는 교사들의 폭력 성추행 등 학생 인권 침해 사례를 접수하고 자립형 사립고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김옥순(金玉順)연구실장은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가 이를 수용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다만 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