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진로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자유학기제 연구시범학교다. 자유학기제 연구시범학교는 지난해 42곳으로 시작해 올해 38곳이 추가 지정됐다. 자유학기제 연구시범학교 신청 학교 수를 보면 일선 학교가 진로교육 인프라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 연구시범학교 신청을 받은 결과 교육부가 예상했던 300여 개교의 2.5배에 달하는 800여 개교(전체 중학교의 25%)가 신청했다. 자유학기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고 학생·학부모·교사의 반응은 어떤지 살펴봤다. 학생 수업태도 좋아져
자유학기제 연구시범학교는 교육과정 편성과 수업시간 비중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인천 부평동중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도덕을 제외한 5과목(음악, 미술, 체육, 기술·가정, 한문)의 수업 대신 진로체험을 하는 자율활동 시간을 늘렸다. 서울 거원중학교는 국어, 도덕 교과에서 각각 17차시(1학기 17시간)를 줄여 선택교과 ‘진로와 직업’과 자율과정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5명 내외의 학생이 모둠을 이뤄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둠별 직업 토론’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부모님의 직업 이해’ △직업 현장 체험학습 △직업 전문인 초청 강의 △직업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했다.
부평동중 표혜영 교감은 “학교에 자주 빠지고 정서행동 검사에서도 고위험군으로 나온 학생 3명이 자유학기제가 시작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다”며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현재 2학년 학생들은 이전과 달리 수업 시간에 질문, 발표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등 수업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공감, 인프라 구축 필요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학기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했던 한 중학교가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1학년 학생(230명)과 학부모(151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 만족도는 높지만 학부모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생은 ‘매우 만족’과 ‘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78.3%였지만 학부모는 49%였다. ‘불만’과 ‘매우 불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학생은 3.6%였지만 학부모는 23.2%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지필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데에 따른 자녀의 학력 저하와 학습 결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위해 인프라 구축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많은 교사가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사의 업무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한다. 교과목 수업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업 체험 활동을 위한 기관과 강연자로 나설 직업인을 교사가 일일이 섭외하기 어렵다는 것.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학생 체험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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