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고교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읽기’를 시키면 고학년일수록 싫어한다. 시험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화연습 따위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더욱 열심히 큰 소리로 읽기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법, 어휘, 독해, 작문실력을 올리는 데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기’보다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청취 연습을 할 때도 ‘큰 소리로 읽기’는 아주 중요하다. ‘축약’ ‘생략’ ‘첨가’ ‘연음’ 같은 각종 발음현상들도 듣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자신이 직접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을 해봐야 터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기’는 영어학습에 있어 ‘만병통치약’처럼 쓰일 정도로 강력한 훈련 방법이다.
몇 년 전 모대학 교수에게 추천해서 큰 효과를 봤던 방법이 바로 이 ‘큰 소리로 읽기’였다. 그는 갑자기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는데, 독해와 작문은 그런대로 자신이 있지만 ‘듣기-말하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방해준 것이 바로 이 ‘큰 소리로 읽기’였다. ‘어순 감각을 느끼면서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나중에 귀국 인사를 왔을 때 얘기를 들어보니 그 훈련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출국하기 전 약 석 달 동안 내가 일러준 방법대로 큰 소리로 읽기를 계속했는데, 미국에 도착한 지 몇 달 만에 큰 어려움 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영어의 기초력을 탄탄히 갖추고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짧은 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여하튼 ‘큰 소리로 읽기’ 훈련은 초보자나 중급자를 막론하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훈련 방법이다.
그러면 큰 소리로 읽을 때, 어느 정도의 큰 소리로 읽어야 할까. 약 10m 전방의 상대에게 말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읽으면 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회화를 할 때 목소리가 자꾸 기어들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신통치 않은 영어인데 목소리마저 작게 입안에서 우물거리니 상대가 못 알아듣고 “Pardon?” “Sorry?”만 연발하게 된다.
그러면 기가 죽어서 말이 더 안 나오게 마련인데, 이런 현상에 대한 치료법이 바로 이 ‘10m 낭독법’이다. 큰 소리로 읽으면 좋은 점이 또 있다. 다른 공부는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지만, 이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기’를 30분 하고 나면, 마치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난 것처럼 머리가 시원해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또 이 연습을 꾸준히 하면 목소리가 탁 트인다. 내 강의를 들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시원하고 탁 트인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괜히 인사치레로 그러는지 몰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옛날에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는 연습을 열심히 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 철/ 정철언어연구소 소장 www.jungch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