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봉된 이후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미국 케이블 TV에서도 인기리에 방영중인 시리즈 <러그랫>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막 태어난 신생아에서부터 3세에 이르는 어린 꼬마들 처키, 토미, 안젤리나, 필, 릴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작품은 우연히 파리라는 낯선 땅에 오게 된 어린이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이들의 최대 목표는 2살박이 처키의 새엄마를 찾는 것. 같은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이들은 처키의 가장 친한 친구 토미의 아빠가 유럽에 디즈니파크를 건설하러 파리로 간다는 말에 모두 동행할 것을 결정한다.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유일한 기쁨이었던 처키는 엄마를 잃고 '새엄마 찾기'에 몰두하는 아이. 아무렇게나 삐진 빨간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에다, 뾰족이 나온 앞니 두개, 들창코를 가진 이 아이는 정말 못생겼지만 순진하고 어리숙한 행동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반면 처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 토미는 매우 용감하고 항상 모험을 즐기는 조숙한 아이로,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남동생 '딜'과 함께 이 여행에 참가한다. 가장 연장자(?)인 3살 먹은 여자 아이 안젤리카와 처키의 또다른 친구들인 쌍둥이 남매 '필&릴'도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캐릭터다. 안젤리카는 나머지 아이들을 항상 무시하고 잘난척하는, 어딘지 모르게 얄미운 아이고 2란성 쌍둥이 '필'과 '릴'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맞출 정도로 그 취향이 비슷한 한몸 같은 남매다.
이 영화의 별점은 대략 '7'(10점 만점)로 "TV 시리즈를 토대로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별볼일 없는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호평을 얻었다.
이 작품의 장점은 비단 어린이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보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풍부하다는 것. 내용상 아이들의 부모가 하나같이 맞벌이이며 그들 자신의 생활이 바뻐 아이들에게 소홀하다는 점을 풍자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모의 빈자리는 TV나 게임, 테마파크 등의 놀거리나 장난감이 채워준다는 설정이 미국이나 유럽의 중산층 가정의 현실과 맞아떨어진다는 것.
빨강, 노랑, 파랑 등 삼원색을 위주로 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튀는 색깔을 많이 사용했지만 그것을 촌스럽지 않게 잘 배합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나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이 넘치고 무엇보다도 파리에 세워진 가상의 디즈니 파크를 묘사한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특징을 부각시켜 못생기고 단순하게 표현한 데 비해 배경은 세심하게 표현했다. 비행기 아래로 펼쳐지는 뭉게 구름들, 건물들의 그림자 등이 실감난다.
미국에서 2000년 12월 개봉된 이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40만 달러)나 이 작품의 무대가 된 프랑스(3백만 달러)에서도 큰 수입을 올렸다. 스티그 베르퀴비스트, 폴 디메이어 공동 감독. 러닝타임 79분. 제작 니켈로데온.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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