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캐릭터와 배경으로 인기를 끈 TV 애니메이션 <백구> 제작사 '서울애니메이션'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국내 최대의 애니메이션 투자조합을 결성한 '손오공'과 일본 미츠비시 계열사 'D-rights'가 60억원을 투자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탑 블레이드>를 제작하고 있는 것.
현재 시나리오 후반작업 중인 <탑 블레이드>는 세계 제일의 팽이 싸움꾼을 꿈꾸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년들의 용기와 우정을 그린 작품.
합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자신있는' 것만 담당하는 게 관행이지만 '서울애니메이션'은 제작의 모든 과정을 공동으로 작업하자고 제안해 자신들의 제작 철학을 관철시켰다.
"처음에 일본측은 제작 전 부문에 우리가 관여하겠다고 했더니 반대하더군요.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 공동참여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다. 전문 인력과 제작 시스템이 일본에 비해 역부족인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 정서를 열심히 분석하고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이 일본 제작사에게 먹혀들어간 것. 물론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탑 블레이드>의 소재인 '팽이'는 우리의 아이디어입니다. 우선 일본측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캐릭터를 먼저 출시해 봤더니 일본에서 반응이 좋아 힘을 얻었습니다"
팀장인 이은미씨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전통 놀이로 사랑받아 온 '팽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시나리오 작업에는 두 나라에서 각각 5명씩 참여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까봐 전전긍긍했으나 서서히 뜻이 통했다.
"젊은 작가들이라 그만큼 사고가 개방적이었고 더 좋은 의견이 나오면 언제든지 양보해 서로를 쉽게 조율할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탑 블레이드>의 극본에는 두 나라의 정서가 살아있습니다."
<탑 블레이드>는 올 여름 국내에서는 SBS에서, 일본에서는 TV 도쿄에서 동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시청률에 신경 안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양국이 함께한 2년여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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