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발라드풍의 타이틀곡 ’세상에는 없는 사랑’으로 가요계에 한 신인가수가 데뷔했다. 키 178㎝, 몸무게 68㎏의 균형잡힌 몸매. 조각같은 외모는 뭇 여학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의 이름은 아담. 나이는 20세.
3년이 흐른 지금, 23세가 되었을 아담의 활동 소식은 더 이상 접할 수 없다. 1집 음반은 20만장이나 팔렸지만 곧이어 낸 2집 음반은 흥행에 참담히 실패했다. 아담의 출현 이후 속속 탄생한 ‘류시아’ ‘사이다’ 등 사이버 연예인들도 비슷한 운명이었다. 비단 사이버 연예인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과 기관이 만들었던 사이버 캐릭터들고 실종되거나 ‘사망’한 경우가 적지않다.
류시아는 홈페이지(www.lucia.com)의 게시판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활동은 사실상 중단했다. 아담의 데뷔 이전 등장한 일본의 사이버 여가수 ‘다테 교코’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한마디로 인기와 돈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
아담소프트 박종만사장은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을 뒷받침하기에는 3차원 영상처리기술이 크게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TV가요프로그램에 30초간 출연시키려면 5, 6명의 개발자가 약 2개월간을 밤낮없이 달라붙어 작업을 해야 했다. 비용도 수천만원씩 들어갔다. 그에 비해 방송이나 광고출연료는 제작비에 턱없이 못미쳤다.
한번 모습을 보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인기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연예인’으로서 생명력을 가지려면 네티즌과 지속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만 이들이 반응하는 속도는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이버 인간들의 ’역사’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하나의 인격체처럼 쌍방향 교류를 하는 캐릭터는 동영상 기술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아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할 때까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잠시 미룬다면 사이버 인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아직 넓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 영국의 PA통신사가 만들어낸 사이버 앵커우먼 ‘아나노바’(www.ananova.com)가 좋은 예.
지난해 탄생한 아나노바는 현재까지도 하루 1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나노바는 고개를 끄덕이고 놀라움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통신사측은 그녀에게 매일 옷을 갈아입히고 네티즌과 채팅을 할 수 있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음달 대우증권이 아나노바와 비슷한 사이버 증시 리포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리포터에게는 자연어 처리기술을 접목해 증시 상황이 변할 때마다 즉시 그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입모양이나 동작으로 시황을 전달할 계획. 이 리포터는 아담소프트가 최근 개발한 실시간 3차원 영상처리솔루션 ‘퍼피티아’를 이용해 제작된다.
류시아를 개발한 H인포메이션의 임용모실장도 “실시간 영상솔루션을 이용해 류시아의 대화하는 모습이 홈페이지상에 드러나게 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3집 음반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담소프트의 박사장은 “향후 문자를 음성으로 합성하는 기술과 네티즌의 질문을 알아듣는 자연어처리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이버인간들이 ‘제2의 활동시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