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플래시 대박 캐릭터들 ‘세계로 세계로’

  • 입력 2002년 4월 12일 14시 22분


◇엽기토끼·졸라맨 이어 우비소년·뿌까 등 속속 진출… 상품·광고 등장 부가가치 무한대

▶ 마시마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절대 강자. 플래시라는 새 장르를 세상에 소개한 주인공으로 ‘엽기토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시마로’는 이 토끼의 짤따란 모습이 한 조각의 마시멜로 덩어리를 닮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작가 김재인씨(26)는 공주대 만화예술과에 재학중이던 2000년 당시 유아용 콘텐츠로 사용하기 위해 마시마로를 제작했으나 업체에서 거절당한 후, 웹애니메이터 장미영씨(32)의 도움을 받아 이를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만화전문 사이트 n4에 연재를 시작했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의 귀여운 토끼가 벌이는 엽기적인 행동에 네티즌들은 단번에 열광했고 등장한 지 3개월 만에 1000만번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이후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캐릭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까지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마시마로의 인기에 힘입어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사인회에 참석하는 등 해외 마케팅에 힘쓰고 있는 중.

마시마로 캐릭터 제작사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이창현 이사는 “현재 75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1800여 가지의 캐릭터 상품이 출시돼 있다”고 밝혔다. 처음 출시된 지난해에 14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고, 올해는 해외를 포함해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한다.

마시마로의 인기에 대해 이창현 이사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먼저 꼽는다. 몇 년 전 크게 인기 끈 일본의 피카츄 인형이 100만개가 채 안 팔린 우리나라 시장에서 마시마로 인형은 벌써 10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이제 살 사람은 다 샀고 다른 캐릭터에 밀려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씨엘코측은 해외에서 불고 있는 마시마로 붐을 국내로 재유입시키고 향후 TV 시리즈, 극장용 장편, 온라인 게임 등을 제작해 마시마로를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캐릭터로 키워 나가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 졸라맨

동그라미와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캐릭터, 기발한 스토리와 앙증맞은 사운드로 인터넷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졸라맨’. 마시마로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득헌씨(31) 혼자 만들어낸 개인 창작품이다. 김씨는 개인 홈페이지 ‘디지털 스페이스’(dkunny.com)에 이 작품을 선보였는데, 요즘도 하루에 1만5000명 정도가 사이트에 접속해 졸라맨과 만나고 있다.

졸라맨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패스트푸드 광고와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진출했다. 문구, 봉제, 휴대폰 액세서리 등 현재 출시된 캐릭터 상품만도 50여 가지. 김득헌씨는 정확한 매출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그동안 먹고살 만큼 벌었다”고만 말한다.

졸라맨 역시 우연한 계기에 탄생했다. 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전문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한 김씨는 졸업 후 특수배관 설계 시공 회사에서 일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 애니메이션을 구상하면서 초보자에 맞게 단순하고 다루기 쉬운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기획, 제작, 연출, 음향, 편집까지 혼자서 도맡아 하느라 두세 달에 한 편 올리기도 힘들지만 김씨는 앞으로도 이런 방식을 고집할 생각이다. “작가의 의도를 작품에 100% 반영하고, 졸라맨의 매력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작가정신을 읽을 수 있다.

▶ 우비소년

현재 인츠닷컴(www.intz.com)에 연재중인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비소년’은 노란 비옷에 노란 장화를 신고 다니는 사고뭉치 소년의 코믹 스토리. 소년과 그의 우거지맨션 이웃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이야기는 별다른 자극적 소재 없이도 일일 방문자 수 6만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비소년을 제작하고 있는 ‘로이비주얼’의 애니메이터들은 전통적인 셀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오던 이들로,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탄생시킨 플래시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이동우 실장은 “3년 전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다 제작비 문제 등 여러 가지로 힘들어졌다. 그러던 차에 미국 사이트에 소개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잘만 활용하며 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e카드용 캐릭터로 개발했는데, 이를 보고 인츠닷컴에서 투자 의사를 밝혀 2억원을 받고 총 52편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우비소년’이라는 캐릭터는 이실장의 부인 엄준영씨(캐릭터 디자이너)가 ‘플란다스의 개’라는 영화를 보다 노란 후드티셔츠를 입은 배두나의 모습을 보고 착안한 것이라고. 이렇게 탄생한 캐릭터는 인터넷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100여 가지의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되었고, 로이비주얼측은 현재 15개 가량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실장이 보는 우비소년의 부가가치는 100억원 이상. 가을에는 2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아 TV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을 세웠고, 우비소년 캐릭터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까지 진출하겠다고.

▶ 미니비

플래시 애니메이션 전문 사이트 엔팝(www.enpop.com)을 운영하는 선우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제작한 캐릭터 ‘미니비’를 서통의 건전지 브랜드 ‘벡셀’의 캐릭터 모델로 제공하면서 1급 배우의 몸값을 능가하는 2억5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서통측은 미니비가 짧은 팔과 둥근 얼굴로 실제 건전지와 외모가 비슷하고, 전기를 먹고 살면서 엄청난 에너지로 악당을 혼내주며 달밤에 쉬지 않고 줄넘기를 하는 점 등이 ‘벡셀’의 강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건전지 이미지와 맞아 캐릭터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재작년부터 속속 생겨난 플래시 애니메이션 전문 사이트들이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다들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니비의 경우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관심을 끌었다. 올 4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미니비 시리즈는 현재 5편까지 제작되었으며 총 1000만번 이상의 접속 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엔팝팀의 프로듀서 강문주씨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제조업에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 뿌까

중국집 딸 ‘뿌까’와 그녀의 사랑 ‘가루’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출신 김부경씨가 동생 김유경씨와 함께 차린 캐릭터회사 ‘vooz’의 작품. 처음부터 캐릭터 사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앙증맞은 매력이 돋보인다. 디자인, 색상 등이 매우 정교하다. 작년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최한 ‘제1회 국제 i플래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현재 170여 가지의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작년 매출액은 400억원 정도. 일본 대만 홍콩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 준비도 끝낸 상태다.

“애초 개발 단계부터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모바일, 캐릭터 상품에 잘 적용될 수 있는 호환성 있는 디자인 개발에 컨셉트를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적으로 우수해야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고 생명력도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김부경씨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아마추어리즘’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을진 주간동아 기자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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