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리뷰]<슈렉>서양고전동화 뒤집는 재미

  • 입력 2001년 6월 18일 16시 03분


"난 눈알완탕, 두꺼비 수프 요리에 자신 있어요"

"이 들쥐 바베큐가 참 맛있네요"

초록괴물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나누는 사랑의 대화다. 이들의 애정표현은 더 가관이다. 슈렉은 개구리 입에 바람을 집어넣어 빵빵한 풍선을 만들어 공주에게 바친다. 이에 질세라 피오나 공주도 뱀 몸통을 얇고 긴 풍선으로 동물모양 인형을 만들듯 요리조리 꼬아 수줍게 건넨다. 각각 개구리 풍선과 뱀인형을 들고 숲길을 걸어가는 이들 뒤로 경쾌한 왈츠 음악이 흐른다.

☞<슈렉>동영상 보기

드림웍스사의 3D 애니메이션 <슈렉>(7월7일 개봉)은 초록색 괴물 슈렉이 성안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해내면서 펼쳐지는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아니다. 동화라면 괴물은 마법에 걸린 왕자이어야 할텐데 슈렉은 추악한 진짜 괴물이다. 입냄새를 비장의 무기로 삼고 진흙으로 샤워를 하며 눈알완탕을 즐겨먹는 괴물.

피오나 공주도 동화속의 전형적인 공주가 아니다. 슈렉의 구조를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은 언뜻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기도 한데 웬걸! 슈렉에게 키스를 해달라고 입을 쭉 내밀지 않나 찢어지는 고성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나 한마디로 2001년형 '엽기 공주'다. 게다가 숲속에서 산적을 만나자 영화 <매트릭스>의 여주인공처럼 멋진 발차기를 선보인다.

슈렉이 동화책을 부욱 찢어 화장실 휴지로 쓰는 장면이 예고하듯 영화 <슈렉>은 디즈니 만화영화로 더 익숙한 서양의 고전동화를 뒤집는 재미를 선보인다.

<슈렉>의 참신한 스토리를 더욱 빛나게 하는건 놀라운 애니메이션 기술. 안면근육의 떨림과 뼈마디의 움직임, 얼굴에 비친 빛과 그림자까지 놀랍게도 사실적으로 잡아냈다.

물속에서 방귀를 뀌고 시원해하는 슈렉의 표정변화, 아침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공주 얼굴에 표현된 빛과 그림자 등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 특히 <슈렉>은 섬세한 표정과 몸놀림 때문에 3D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표현하기 어렵다는 인간까지 거의 실사 영화와 다름없이 표현해냈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슈렉>의 큰 재미다. 슈렉의 목소리를 맡은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는 그만의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평을 받았으며 새침한 금발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엽기공주 목소리 연기도 신선하다. <뮬란>에서 작은 용 '무슈'역을 맡아 인기를 모았던 에디 머피의 떠벌이 당나귀 목소리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칸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공식경쟁부문에 출품돼 쟁쟁한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현재 북미지역에서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속편 제작설이 나오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지만 소문난 <슈렉>엔 정말 볼거리가 많다.

제작 제프리 카젠버그. 감독 앤드류 아담슨, 비키 젠슨. 러닝타임 83분. 등급 전체관람가.

이희정<동아닷컴 기자>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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