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 그곳/카페]지친 삶의 쉼터, '오래된 정거장'

  • 입력 2001년 2월 26일 17시 27분


신촌 기차역 앞에 내려 그녀와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오래된 정거장]으로 갔다. 입구의 장미가 비를 맞으며 떨고 있었다. 얼마 만에 와 보는 곳인가. 페인트 껍질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폐허의 문 앞에 당도한 기분에 사로잡혀 나는 냉큼 안으로 들어가질 못하고 잠시 장미 넝쿨을 올려다보고 서 있었다. 염두에 둔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곳으로 오게 됐을까. 어쩌다 신촌에 나오게 되면 주미와 나는 여기 <오래된 정거장>에 앉아 밤이 이슥하도록 촛불에 흔들리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골목 입구에서부터 바라다 보이는 아치형의 장미 넝쿨이 여태도 아름다운 집이었다.」- 윤대녕 장편소설 『달의 지평선』中

오래된 정거장은 민들레 영토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예쁜 카페. 나무와 풀들은 손질이 되어 있지 않은 듯 제멋대로 자라있고 철제 아치로 된 입구 안으로 바랜 초록의 나무문이 보인다. 마치 오래된 성의 뒷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거칠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입구를 지나 바랜 초록의 문을 슬며시 옆으로 밀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다.

귀족이 된 듯 한 기분에 사로잡힐 정도로 영화 속에 나오는 귀족의 거실처럼 고풍스럽고 안락하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빛이 나는 원목을 사용하고 주인아저씨가 외국에서 살면서 모았다는 골동품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오페라의 포스터와 우아한 그림...많은 것들이 걸려있고 놓여있지만 지저분하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선명한 붉은 창틀은 동화 속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붉은 창틀의 창 밖으로는 우거진 나무가 보여 더욱 그렇다. 실내에서는 맑은 새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입구에 놓여 있는 둥근 새장에서 살고 있는 백문조 한 쌍이다. 국내에선 구할 수 없는 CD가 많아 이 곳에선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지리적으로 좋지 않은 뒷골목이라 알음알음으로 오는 사람들과 단골이 대부분인 이곳은 근처 학생들과 교수들이 즐겨 찾으며 스타들의 인터뷰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인기메뉴는 스테이크 덮밥과 허브티들...양송이와 고기, 갖은 야채를 넣는 스테이크 덮밥은 불고기 덮밥과 비슷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허브티는 질이 좋은 잎은 사용한다.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우울증을 사라지게 한다는 레몬밤티,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피로회복에 좋은 라벤더, 붉은빛의 음료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는 하이비스커스까지 많은 종류를 갖추고 있다.

오래된 정거장이란 이름하나로도 가슴이 저릿한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듯한 삶...그렇듯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왔고 지쳐있어 잠시 쉬어갈 정거장이란 말에 안도를 할지도 모른다...당신...삶에게도 관대해지자. 이 곳엔 쉼이 있다.

◇위 치

민들레 영토 맞은편. 대우주차장 옆

◇버 스

(일반)

130,133-2,148,440,588-1,903-1,806,440,141,773

<자료제공 코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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