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져 우리들의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사장님은 처음엔 식당 일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맛있는 수제비를 만들고싶다는 욕심이 생겨 고민도 많이 했었다고.
다시마, 멸치를 푹 끓여 충분히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버섯, 당근, 호박, 양파 같은 야채와 해물이 한데 어우러져 수제비의 맛을 한층 더 돋구어 준다.
특히 이곳의 수제비는 다 먹을 때까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 그 비결을 물으니 반죽할 때 글루텐의 점성이 충분히 베어 나오도록 장시간 쳐댄다고 하니 수제비 한 그릇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두 사람 이상일 때는 쉬이 식지 말라고 오지 항아리에 담아서 내온다. 20년 이상 단골이었다는 한 손님은 항아리에서 떠먹는 것이 재미있고, 시골에서 먹던 김치 맛 때문에 자꾸 찾아 오게 된다고 말한다.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맛을 보고 간다는데, 특히 일본 손님들이다 먹고 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아주 맛있다고 한단다.
찹쌀가루를 새알심처럼 만들어 끓여내는 찹쌀 수제비 또한 그 맛이 독특해서 많은 손님들이 찾는 인기 있는 메뉴라고 적극 추천했다.
식당이 협소해 손님들이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 여서 95년에 뒷집을 사서 크게 늘린 후 주방도 현대식으로 개조하였으나 맛만큼은 결코 현대화하는 일이 없이 예전 맛을 굳세게 지키고 있다.
'가난한 젊은 연인들이나 돈 없는 하숙생, 자취생들이 밤늦게 찾아와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난 후 돈이 없어 뒤통수만 긁적거리다 한달 후나 두달 후 천원 짜리 몇 장 가져왔을 때가 가장 기뻤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소박함이 흐르는 삼청동 수제비집 사장님의 말씀에서 손님을 한가족 처럼 대하고 정성으로 마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여느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하게 바래진 구수한 맛과 인간적인 정겨움이 이곳 삼청동 수제비 집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위 치
경북궁 옆 프랑스문화관을 지나 삼청공원 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 보면 동사무소가 나오는데 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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