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자욱한 허름한 삼겹살집에서 아저씨들 틈에 앉아 조금은 두꺼운 얼굴을 하고선 고기를 굽는 정도이지만 그리 편한 느낌은 아닐 것이다.
압구정동의 '등나무집'... 워낙에 유명한 집이지만 음주(飮酒)를 즐기지 않는 기자의 취향때문인지 처음 가보았다. 찾는길이 조금 난해(?) 하다고 들었는데 안세병원 근처에서 제일로 큰 강남제일약국을 금방 찾아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예상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얀색 간판에 '등나무집'. 시간이 5시 조금 안되었지만 여성손님 두분이서 열심히 삼겹살을 굽고 계셨다. 사진과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익숙한 내부 모습. 하얀색 바닥에 하얀색 의자, 베이지색 벽면에 빼곡이 붙어있는 일반인과 연예인들의 사진과 싸인들...(벽에 걸려있는 사진기를 이용해서 찍어 다음에 올 때 찾아가면 된다.) 천정에는 가을 데코레이션으로 추수한 벼를 하나씩 붙여놓았다. 가만 보면 인테리어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크진 않지만 야외석도 있어서 여름이나 날씨가 좋은날에는 인기가 좋다.
이곳은 인테리어뿐 아니라 손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도 유명하다.
우선 삼겹살집 특유의 자욱한 연기가 나지 않는다.연기가 나지 않는 숯을 사용하고 환기시설에 신경을 써서 최대한 연기가 안나게 노력했다. 또한 입구에는 옷장이 있는데 손님의 외투를 보관하는 곳이다.
고기집에 오면 옷에 냄새가 밸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이곳에 보관해 놓았다가 나갈 때는 냄새 제거제를 뿌려서 아주 깔끔한 모습으로 나갈 수 있다. 웬만해서는 고기집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등나무집의 사장님은 성악가! 아버지 합창단의 수석테너시다. 사장님께서는 생일이나 특별한 이벤트를 맞이한 손님들을 위해서 직접 노래를 불러주신다.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면 불을 끄고 생일케이크을 자를 수 있는데 모든 손님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될 듯. 화장실도 많이 신경 쓰셨는데 지금까지 2번 정도 수리를 하셨다고...스피커 시설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보다는 등나무집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고기맛이다.
와인에 재운 삼겹살... 삼겹살이 1인분(200g)씩 호일에 포장되어 나온다. 우선 고기를 통째로 불에 올려 놓는다. 적당히 익으면 테이블에 있는 도마위에 올려놓고는 준비되어 있는 칼로 적당히 잘라 다시 구우면 된다.
여기에 감자,양송이버섯, 호박 등의 야채 모듬구이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소스! 등나무집의 소스도 역시 평범하지 않다.
칠리소스,겨자소스,콩고물소스 그리고 소금...모두모두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칠리소스가 기자의 입맛에는 잘 맞았다. 매콤한 맛이 고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맛있는 삼겹살 1인분을 먹어버린 기자는 즉석으로 끓여주시는 칼국수를 사양할 수 없었다. 마침 밖에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김치가 담뿍 들어간 칼국수의 시원한 맛... 고기보다 칼국수를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신다. 삼겹살과 칼국수로 아예 저녁식사를 해버린 기자.
수없이 많은 연예인이(하루에 두명 정도는 꼭 온다고 하시는데...) 이곳을 좋아하지만 요즘엔 특히나 이본,유호정,전도연,길용우씨가 자주 들린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싸인과 사진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SBS 멋진만남 '못말리는 데이트'의 이휘재가 선택한 데이트 코스였다.
고기를 와인에 재운 이유를 여쭤보니 우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며 몸에도 좋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와인은 콜레스테롤을 낳춰 준다고. 이곳에서는 행사도 가끔 있는데 올 성탄에는 오픈 2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계획 중이시다. 그건 바로 '자선음악회'.식사후 10시 정도부터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기분 좋아지는 삼겹살집...' 등나무집을 나오면서 든 흐뭇한 생각이다.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여따로. 깨끗하다.
◇위 치
안세병원 사거리 길 건너편. 강남제일약국 옆골목으로 약 10m 들어가면 왼쪽으로 하얀 간판이 보인다.
◇버 스
(일반) 21,117,11,63-1,239-1,78-1,222,77-1,38-2,716,710,29,
(좌석)30,12,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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