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대학캠퍼스에서 야외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유아반 어린이들을 데리고 봄나들이를 나갔다. 교사들로부터 ‘공연 에티켓’을 배운 아이들은 아무 소리 없이 연주를 흥미진지하게 지켜보고 음악회가 끝난 이후에도 연주회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음대생들의 아코르연주가 이어졌고, 이 순간 한 남자아이가 무대 옆에 앉더니 하프를 연주하는 여대생의 허리를 팔로 감고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동요가 여러 곡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 손은 놓지를 않았다.
옆으로 가서 성희롱(?)을 말리려다가 전날 늦게까지 남아서 아버지를 기다렸던 아이였음을 알고는 그냥 두었다. 그 꼬마는 어머니가 그리웠던 것이다.
전날 문닫을 시간이 40분이나 지났는데도 부모가 이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집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엄마 전화번호는 알았는데 아빠가 잊으라고 해서 몰라요.”
아이의 이 한마디 대답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었다.
요즘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부부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직장일과 가사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아버지는 ‘전투병’처럼 고되다. 그래도 아이를 소중히 여겨 그 고됨을 감내하는 부모는 훌륭하다. 이혼법정에서 아이를 맡지 않겠다고 하는 부부가 늘어가는 안타까운 세태에서.
서울에서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대체로 이혼한 아버지는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하도록 강요한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혼한 가정의 아들은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저항하고, 자칫 일탈청소년들과 어울리기 쉽고, 딸들도 정도는 덜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심리적 갈등 때문인지 이성관계에서의 적응이 어렵다고 한다. 이혼이 대물림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부모가 이혼하는 것은 삶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들이 가슴에 응어리를 간직한 채 성장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혼을 결정한 부모는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진지하게 아이를 대해야 한다. 먼저 부모가 따로 살아야 하는 사유를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언제든 헤어져 있는 한쪽 부모를 만나도록 해야 한다.
또 조부모, 고모나 이모, 삼촌, 사촌 등 친척들과 자주 어울려 친족집단 속에서 정을 느끼고 다양한 관계를 학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혼이 일상화되는 시대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덜 받고 건강하게 키우도록 편견과 금기를 없애는 일이 이웃과 사회의 몫이 되고 있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ys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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