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터줏대감 아저씨는 오늘도 주위에서 맴도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이의 어깨에 유아원 가방이 매달려 있어 그 유아원에 전화했더니 얼마 후에 아이 어머니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지난달에 제주에서 이사온 부부는 세살 난 딸애를 근처 유아원에 보냈다. 오후 4시에 아이를 인수하기로 교사와 약속했는데 버스운전사가 3시에 아이를 내려놓고는 가버렸다. 며칠 전에는 버스에 실려 서울 강남 일대를 돌다가 저녁 늦게 돌아왔다고 했다.
최근에 유아원과 학원통원버스에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승합차가 아이를 가득 실은 채 사고의 위험을 안고 달린다. 차체의 안전성도, 운전사의 자격도 의문이다. 아이들을 보호할 교사는 버스에 없다. 이를 감독할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어린이 안전사고 최고국가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방관하고 있는 탓에 죄없는 어린이만 희생되고 있다.
서구의 어린이 안전규정은 매우 까다롭고 철저하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이동차량은 노란색으로 정해져 있다. 어린이전용차의 주행속도가 일반차량과 달리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란색 차가 다가서면 다른 차량들은 정차해야 한다.
최근에 도로에 정차하면 차에서 날개가 나와 그 차로와 옆 차로의 뒤차들을 모두 서게 하는 어린이전용차가 다닌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깊은 배려가 숨어 있는 것이다.
어린 딸을 도로에서 배회하게 한 어머니는 미국에서라면 법정에서 부모 자격을 인정받기 전에는 아이를 찾아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자녀의 안전에 무심한 부모들이 많다.
지난해만도 교통사고로 5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숨졌다. 어린이 안전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안전의식이나, 법제도나, 안전망에서 원시사회와 다르지 않다.
공룡 대신 자동차가, 짐승보다 더 무서운 상업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교사나 부모 대상 교육으로는 개선의 한계가 있다. 정부가 아동안전특별법을 제정하여 그 날개로 교통과 상업주의로 인한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수백만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끝―
이순형(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ys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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