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도서/파리에서]마키아벨리 쟁점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52분


‘마키아벨리 쟁점(爭點)’

제랄드 스페즈·미쉘 스넬라르 감수 PUF 출판사

지난 4월, 파리의 한 극장에서는 마키아벨리(1469-1527)의 유명한 ‘군주론’을 연극으로 제작 공연해 많은 관객을 모았다. 최근에는 주석을 붙인 ‘군주론’의 번역이 두 권 새로 나왔고, 마키아벨리 사상의 여파를 보여주는 책들이 줄이어 출판되어 그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파리 서점가에 나온 마키아벨리 관련 책 중에는 마키아벨 리가 근대 정치 철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컹틴 스키너의 ‘근대 정치 사상의 원리’(1978)가 있다.

또다른 번역서는 17세기 영국의 역사적 사상 연구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J.G.A 포콕의 ‘고(古) 헌법과 봉건적 권리’(1987)다.

아울러 1998년 파리의 한 대학에서 ‘마키아벨리 쟁점(爭點)’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 발표된 논문들을 모은 책이 지난 달에 출판됐다.

강연회 제목이 시사하듯이 이 논문집은 마키아벨리의 작품을 통해 현대의 정치적 관심사를 해독하려 한다. 이 논문집은 우주론과 신학, 공화국과 국가, 마키아벨리와 철학, 그리고 포콕이 만들어낸 표현인 ‘마키아벨리의 순간’등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론, 시민권의 형태, 정치와 종교의 관계을 다루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가 분열되었던 시대, 피렌체국의 제2서기관장직으로 외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메디치가의 복귀와 더불어 관직에서 물러나, 음모에 연루되어 종신형을 받는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주거 제한 금지를 받고 은둔생활을 하며 저술한 책이 바로 ‘군주론’ ‘로마사론’ 그리고 ‘전술론’이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흔히 마키아벨리즘, 즉 통치에 있어 도덕에 상관없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주의로 요약된다. 그의 사상은 신어(新語)를 낳아, ‘마키아벨리’라는 말은 권모술수를 쓰는 정치가를 지칭하고,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형용사는 ‘교활하고 신의 없는’이란 뜻을 지니게 되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그린 군주상을 그가 살았던 당시 상황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각도 있다. 즉 소국으로 분열된 이탈리아의 정치적 약세, 권력 싸움, 그리고 이를 이용한 프랑스와 영국의 잦은 침략이 그로 하여금 강력한 통일국가의 수립 필요성을 절실히 부르짖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근대 정치윤리에 있어 마키아벨리의 중요성은 그의 정치적 사상이 이탈리아의 특수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고, 르네상스 시대 유럽 왕국들이 교황권에서 벗어나려는 분위기에 이론을 제공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그의 ‘군주론’이후, 유럽 군주들은 국가 존속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지는 모든 정치적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상은 쟝 보뎅, 토마스 홉스 등에 의해 강화되어, 국가의 정치는 지상의 절대적 궁극목표로서 신(神)을 대체하게 된다.

그런데 역사를 통해 일어난 ‘반(反)마키아벨리주의’와 국익이 아닌 세계적 공동체의 공익을 주장하는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번 주에 시작된 세르비아 전 국가 원수 밀로세비치의 국제형사재판은 자국이기주의를 의미하는 마키아벨리즘를 재검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조 혜 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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