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날이 덥고 비가 좍좍 오는 열대 지방에는 신기한 과일들이 시장에 널려 있고 값도 비교적 싸죠. 과일 좋아하는 설마담(=나 미인 *^^* )이지만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면서 비싼 가격 탓에 기껏해야 바나나 몇개, 사과 몇개 사다먹고는 알약으로 비타민을 보충해 왔습니다. 그래서 열대 지방 말레이시아에 들어와서부턴 본격적으로 과일 맛을 좀 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답니다.
하지만 막상 지갑에 힘 주고 시장으로 간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생김새가 기기묘묘하고 냄새도 수상하여 과연 이것을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막막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요즘엔 솔직히 수입을 많이 하다보니 우리에게도 열대과일은 별로 낯설지 않지요? 게다가 동남아 쪽으로 해외여행을 많이들 다녀오니 다양한 맛의 열대과일들을 많이 접해봤을 거예요. 우리 역시 신혼여행에서 아침에 호텔 부페 한켠에 마련된 이름모를 열대과일들을 실컷 먹은 경험이 있지만 이쁘게 깎아서 한입에 쏙 먹게 만들어놓은 것들인지라 막상 고르려고 하니 그 이름이 뭐고 원래는 어떻게 생겼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겁니다.
뭔가 좀 새로운 걸로 먹긴 먹어봐야겠고 해서 처음 본 과일 중에서 고르고 고른 첫번째는 바로 두리안!
앗, 이 이름만 듣고도 벌써 미간이 찌뿌려지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아는 분이네요. 과일의 왕이라고 하는 이 두리안에 중독된 사람도 많다고 할 만큼 기묘한 냄새와 맛을 가진 과일이죠. 꼭 장비가 휘두르던 무기 같이 생겨가지고는 냄새가 정말로 장난이 아니랍니다. 진짜로 '구린내'라고 표현하는 것이 딱 맞을 정도라니까요. 오죽 냄새가 지독했으면 싱가폴에서는 지하철에 가지고 타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을까요?
하지만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노오란 속살은 그 냄새와는 완전히 달리 너무도 부드럽고 달달한 겁니다.그 감촉은 꼭 크림치즈나 땅콩 버터 같은데 맛이 너무나 달아서 빵에 발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네요.
껍질을 쪼개기 전까지 엄청 심하던 그 냄새가 정작 먹을 때는 별로 안나는 것 같았는데, 먹고 나서 한참 있다가 홍대리가 트림 할 때 설마담 거의 기절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두리안을 사들고 덜렁덜렁 걷던 우리가 또 발견한, 만만찮게 생긴 과일은 바로 '람부탄'입니다. 성게같이 빨갛고 부숭부숭 털을 가졌는데, 쪼개보니 호텔에서 많이 먹어봤던 타원형의 반투명한 속살이 쏙 빠져 나오는 겁니다. 오호라, 네놈이 그놈이었군!
과육은 달고 쫄깃쫄깃 탄력이 있는데 안에 꼭 밤껍질 맛이 나는 씨가 들어 있어 깨끗하게 발라먹기가 쉽지 않네요. 아참, 과일 칵테일 통조림을 먹을 때 반투명하고 쫄깃쫄깃한 정체를 알수 없는 뭔가가 씹히지요? 고것이 바로 람부탄이랍니다.
마지막으로 고른 과일은 '망고스틴'. 겉모양이 꼭 까만 감처럼 생겼죠. 두손으로 살짝 잡고 사과 쪼개듯이 쪼개면 두꺼운 껍질이 쫙 갈라지면서 속살이 나옵니다. 근데 껍질은 꽃자주색으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속살은 꼭 마늘쪽 같은 조그만 것들이 민망하게 들어 앉아 있는게 아니겠어요? 어맛,이게 뭐야...
하지만 그 맛은 '과일의 여왕'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최고의 맛이었답니다. 새콤새콤한 것이 더운 날씨로 떨어진 식욕을 팍팍 돋궈주더라니까요. 그 씹는 감촉은 생긴 모양하고 똑같이 푹 삶은 마늘 같아요. 흐흐.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 중의 하나가 새로운 맛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사실 이제까지의 새로운 맛이 우리에게 재미보다는 괴로움을 준 것들도 있고, 겉모양에 지레 겁먹고 감히 시도해볼 용기도 내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낯설고 못생긴(?) 열대과일들을 맛보고 나니 겉모습에 굴하지 말자는 용기가 솟았습니다. 입도 마음도 즐거워졌답니다.
☞ 어디서 먹나요?
"어느 시장의 어느 리어카가 특별히 맛있어요, 제일 싸요" 하고 말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나가는 여행자 꿈틀이부부는 그냥 시장에 널렸어요.. 하고 얘기할 수 밖에요.
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맛있는 망고스틴 고르는 방법은 알고 있답니다. 손으로 눌러봐서 딱딱한 건 아직 덜익은 것이니 적당히 몰랑몰랑 한 걸로 고르세요. 그래야 새콤새콤한 맛이 제대로 납니다.
비타민 씨로 든든하게 충전된 꿈틀이부부.
꿈틀이부부 tjdaks@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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