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무서운 프랑스의
돼지 족발

  • 입력 2001년 8월 16일 16시 47분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대부분은 예쁜 식기에 정갈한 모습의 먹음직스런 음식이 담겨져서 우아한 자태로 식사를 할 것이라고 상상하겠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할진데 어찌 그들이라고 험난한 요리를 먹지 않겠습니까?

일전에 태국에서 '족발 덮밥'을 먹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워낙 희귀한 재료로 많은 요리를 해먹는 동남아였으니 별로 놀랍지도 신기하지도 않았었지요. 그런데 프랑스에 '족발구이'가 있다는 이야기에 '과연 서양사람들이 이 무시무시한 돼지 족발을 어떻게 뜯어먹을까?'하는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도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스산하기까지 한 파리에서의 삼일째, 단지 '모나리자가 진짜 눈썹이 없는지'를 보기위해 우산쓰고 3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난뒤 4시간이 넘게 '감동을 느끼며'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니 피곤과 허기가 몰려오더군요. 비싼 음식값때문에 바게트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만 연일 먹었더니 그 허전함은 극에 달해서 오늘 저녁만은 뭔가 포만감을 느낄만한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것이 바로 '족발'이었죠. 게으른 돼지의 다리에 붙은 넉넉한 기름기를 생각하니 군침이 돌기 시작하더군요. 꼬들꼬들한 껍질을 발라먹고 커다란 뼈를 들고 뼈 사이에 오묘하게 끼여있는 살코기를 뜯어먹는 그 맛이란...물론 거기에 굴이 듬뿍 들어간 시원한 김치와 상추쌈이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것까지는 뭐 기대하지도 않았구요.

어렵게 어렵게 길을 헤매다가 찾아간 족발구이 전문점은 의외로 멀쩡한(?) 레스토랑이어서 시장통같은 허름한 곳을 생각했던 우리를 한참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저녁 10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유명한 곳이더라구요. 약 20분이 넘도록 줄을 서서야 겨우 식탁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전채를 먹은뒤에 (이것 좀 안먹으면 안되는지. 싸지도 않은 것을 형식적으로 먹으려니 출혈이 너무 커서...) 우리 앞에 놓여진 커다란 접시에는 놀라운 무언가가 놓여 있었습니다. 잘 정리되어서 켜켜히 썰어져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족발은 정말 의외로 통짜로 턱하니 올라와 있는 거였지요. 마치 내 그릇에 옆에 있던 돼지가 순식간에 한쪽 다리를 올린 것 처럼. 그러니까 포장마차에서 발톱까지 선명한 닭발을 처음 만났을때와 같은 충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놀라움을 뒤로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돼지의 다리에 칼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껍질을 갈기갈기 찢어서 '베르네즈'라는 소스를 함께 먹는 이 요리는 짭잘하고 꼬들거리는 '우리식 족발'과는 달리 워낙 오래 구워 껍질과 살들이 흐물흐물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음... 어떤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푹 퍼진 도가니를 기름에 푹 담궈놓은 것이라고 해야할까... 부드럽고 매끄러운 맛이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점점 입가에 기름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해서 기름진 음식을 기대하고 오긴 했지만 너무 느끼한 탓에 음식에 손이 가는 속도가 차츰 줄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름진 맛을 싫어하는 설마담은 반도 채 못먹고 숟가락,아니 포크를 놓았고 죄없는 홍대리만 돼지 다리 두짝을 해치워야 했지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만을 가득 안고 번들거리는 입을 훔쳐내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뱃속에 기름기가 쌓이고 나니 몸이 후끈해지는 느낌이어서 서늘한 여름비를 맞은 하루의 피곤이 풀리는 듯 했지요.

☞ 어디서 먹나요?

[프랑스 돼지 족발]우리가 돼지족발을 먹은 레스토랑은 [Au Pied de Cochon](전화 01 40 13 77 00)이라는 곳으로, 송희라씨의 '파리가면 뭘 먹지?'란 책에서 보고 찾아간 식당입니다. 책에선 오르세 미술관 관람후 갔다고 되어 있는데 사실 오르세 미술관이랑은 상당히 멀구요, 루부르 박물관에서 골목길을 한참 헤매서 찾은 곳인데 어디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간판에 커다란 돼지 네온사인이 걸린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내부는 생각과 달리 굉장히 화려해요. 현지인,관광객 구분없이 손님이 북적대거든요. 돼지족발 말고도 해산물 요리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위에서 소개한 돼지 족발보다이집에서 진짜 맛있었던건 전채로 먹은 양파 수프와 홍합찜! 입구에 두꺼운 모짜렐라치즈가 엉겨붙은 조그마한 그릇 안에 양파와 고기 진국이 들어있더라구요. 그리고 오목 오목 패인 전용그릇에 나온 토마토 소스로 조리한 홍합 요리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맛있었답니다. 나중에 다른 집에서 홍합 요리를 시켰는데 그맛이 안나더라구요. 역시 그 집이 괜히 유명한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 : 돼지족발(2) + 양파수프 + 홍합찜 + 미네럴 워터 = 305프랑(프랑스 1프랑=약 170원)

거금 썼죠? 대신 팁은 안줬는데, 이렇게 좋은데서 먹고 팁 안주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프랑스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프랑스에선 자기가 진짜로 만족했으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안줘도 된다는군요. 미국처럼 무조건 몇퍼센트씩 줘야하는 건 아니랍니다. 그래서 우린 만족하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를 어떻게 해서든 꼭 찾곤 하죠. 흐흐.

느끼함에 못이겨 집에 돌아와 튜브 고추장 짜먹은 꿈틀이부부tjdaks@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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