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신주쿠의 애플파이
'라포포'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3시 30분


처음 가본 곳에서 먹을 곳을 찾으려면 좀 막막하죠.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애매하고, 아무데나 들어갔다가는 괜히 뜨내기 손님용 식당이라 돈만 비싸고 맛도 없고... 그럴땐 식당들을 주욱 지나치면서 그곳 현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들어가면 거의 백발백중입니다. 사람 많은 식당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잖아요. 음식이 맛있던지, 싸던지, 그것도 아니면 주인 아줌마 인심이 엄청 후하던지... 게다가 손님이 많은 집은 음식 재료의 회전율도 빨라서 늘 신선한 재료로만 만드니 더더욱 맛있을수 밖에요.

일본 도쿄에서 신주꾸 전철역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 하루에도 두세번은 복잡한 지하도를 지나야 했습니다. 신주꾸 역이 워낙이나 커서 처음엔 사람에 밀려 길찾아 다니기에도 정신이 없었지요. 그런데 며칠 후 집에 돌아오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하나 목격했습니다.

역 내 지하도의 아주 조그만 빵을 파는 부스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겁니다. 빵집에 줄서 있는 것이 흔한 광경은 아닌데다 부스에 있는 점원들도 빵줄 생각은 않고 자기들 일만 하고 있고, 서 있는 사람들도 뭘 사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줄만 서있는 겁니다. '흠, 저녁이라 팔다 남은 빵을 세일해서 파나보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지나쳤지요.

다음날 오전, 다시 시내로 나가려고 전철역으로 들어섰는데 그 빵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점원은 빵을 팔지도 않고 사람들은 묵묵히 줄을 서있고...

궁금해서 잠시 보고 있었더니 잠시 후 점원 한사람이 오븐에서 빵이 가득 담긴 쟁반을 하나 꺼내더라구요. 사람들이 약간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카운터의 점원이 놀라운 속도로 커다란 빵을 하나씩 포장해서 줄서 있는 사람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쟁반 하나가 깨끗히 비워지고 미처 빵을 배당받지(?) 못한 사람들이 줄에 남아 있는 동안 또 몇명의 사람들이 줄에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왕, 굽자마자 다 팔리다니... 이 빵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빵하나 사려고 아우성을 치는거지? 빵으로 배채우는 걸 무지 싫어하는 홍대리를 조르고 졸라 돌아오는 길엔 꼭 이 빵을 하나 사먹어보기로 했지요.

하루종일 그 노란 빵 생각만 나더군요. 저녁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신주쿠역 코너 그 빵가게 줄에 드디어 합류했습니다.

이 줄서기는 우리 평생 가장 특이한 줄서기였습니다. 먼저 가게 앞에 줄을 설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더군요.(놀이동산도 아니고!) 십수명이 그 선을 따라 줄을 만들고 서 있자, 유니폼을 입은 통통한 종업원 언니가 나와서 번호표를 주욱 나눠주더라구요.(은행도 아닌데!) 마분지로 된 번호표 조각을 들고 서 있으려니 번호표 나눠주기를 마친 그 언니가 줄 앞에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섰습니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90도 인사)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 ' 톤으로) "

이게 무슨 코메디란 말인지. 빵 하나 팔면서 별 쑈를 다하는구만. 그 이후의 말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새 빵이 몇분 후 나오고, 일인당 빵 두개로 한정해서 판다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았습니다. (가게 앞에 써있는 걸 보고 대충 짐작했지요.^^; )

하긴 뭐 이런 상냥한 안내도 해주고 해서 한 이십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별로 지루하지도 않았답니다. 게다가 빵가게의 주방이 훤히 내비치는 유리로 되어 있어 빵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거든요. 그냥 빵이 아닌 '애플파이'를 만드는 과정은 사실 별로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큰 비스킷 베이스 위에 고구마 삶은 것을 두툼하게 깔고 그위에 사과를 얇게 썰은 것을 빼곡히 채워 올립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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