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축소와 향후 전망

  • 입력 2004년 6월 13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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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11일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제)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축소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혀 영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을 면담한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6일 오후 비상회의를 소집해 문화부 발표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이 장관과 대책위 관계자와의 만남 뒤 "이번 정책 변화가 문화부의 주체적 판단"이라며 ▲한국 영화산업의 심각한 위축신호가 나타날 때 쿼터제를 회복할 수 있는 연동제 도입 ▲재정 지원을 포함한 쿼터 이외의 종합적 지원 방안 마련 ▲예술, 실험 영화 등 비상업적 영화 상영을 포함한 새로운 쿼터 신설 등 쿼터제의 전면 재검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966년 한국 영화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스크린쿼터는 영화진흥법 및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 극장의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 규정에 따르면 40%인 146일이지만 각종 경감 조치로 현재 106일이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미국은 20%(73일)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해 왔다.

대책위 등 영화계는 이번 문화부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 양기환 사무처장은 "누구보다 스크린쿼터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이 장관의 입장 변화가 충격적이다. 장관이 '공'을 영화계로 넘긴 만큼 대책위를 통해 영화인의 의견을 모으겠다"면서도 "스크린쿼터 축소가 논의되던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어 스크린쿼터를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회의' 이춘연 대표도 "사정이야 있겠지만 믿었던 대통령과 장관에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생각이 든다"며 "싸울 일이 있으면 싸우고, 토론할 일이 있으면 토론하겠지만 스크린쿼터 사수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영화 '실미도'로 국내 영화로는 최초로 관객 1000만 명을 기록한 강우석 감독은 "정부가 1000만 영화의 탄생과 한국 영화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스크린쿼터 축소의 이유로 내세우지만 1000만 영화의 탄생은 일종의 '돌연변이'"라며 "한국 영화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경제부처와의 갈등에도 스크린쿼터에 관한 한 사수 방침을 고수해온 문화부의 입장이 바뀐 점이다. 특히 개각에서 교체설이 흘러나오는 이 장관이 직접 축소를 언급했다는 점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가 표면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최근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60%를 상회한다는 점과 '올드 보이'의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등 한국 영화의 질적, 양적인 성장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스크린쿼터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이 장관의 '고육지책' 아니겠느냐"며 "자신이 '총대'를 메고 스크린쿼터 축소를 언급함으로써 정권과 차기 장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스크린쿼터 연동제와 다양한 지원 등을 원칙으로 제시함으로써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기했다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경제부처에서는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주장해 왔다. 이번 문화부의 정책 변화로 정부 내에서는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갈등이 사실상 해소된 반면 영화인과의 직접적인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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