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은 이야기다. 논술과 달리 구술은 말의 옷을 입고 표현된다. 같은 주제를 다뤄도 책과 TV는 표현 방식이 다른 법이다. 구술에 임할 때는 말의 특징을 잘 살려 생각을 담아야 한다.
구술을 준비하면서 말솜씨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학생들은 때로 어려운 전문용어가 혀에 녹는 사탕처럼 착착 붙어주질 않거나, 앞의 말을 뒤의 말이 매끄럽게 받아주질 않아서 더듬대곤 한다. 말하기는 혼자서 연습하기도 난감하니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기억을 되살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세상의 깊은 이치를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이 있다. 말솜씨가 없는 엄마라도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세상의 이치를 전달한다. 듣는 사람은 말한 사람의 의도보다 많은 것을 배운다. 말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법. 그것은 바로 우화다.
이 책은 총 38가지의 우화를 이용하여 ‘우정의 획득’, ‘우정의 파괴’, ‘전쟁’, ‘화해’의 네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솝 우화처럼 독립된 이야기들이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향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백조왕과 공작왕이 ‘전쟁’을 벌이는 3장에는 9가지의 우화가 나온다. 먼저, 백조왕의 지혜를 꿰뚫은 두루미가 신하되기를 간청한다. 자신이 백조왕을 선택한 이유를 ‘새와 원숭이’의 우화를 들어 설명한다. 이야기를 들은 백조왕은 나와 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적을 이길 수 있다고 답하면서 ‘호랑이 가죽을 쓴 당나귀’의 우화로 대답하는 식이다. 큰 우화 속에 작은 우화들이 있고, 각각의 우화는 등장하는 동물들의 논증을 대변한다.
우화는 말랑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인생의 깊은 지혜를 담고 있다. 게다가 건조한 논증을 부드럽게 소화시켜 주므로 듣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논증력과 창의력을 살피는 것이 구술시험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승인 셈이다.
이 책에는 비둘기, 까마귀, 생쥐, 거북, 사슴, 자칼 등 무수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유교나 불교의 경전처럼 압축된 경구로 대화한다. 무려 731가지에 달하는 경구는 동양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하고 생활과 처세에 관한 깊은 가르침을 준다. 유익한 가르침이란 뜻의 ‘히또빠데샤’에 걸맞게 응축된 인도의 지혜를 접해볼 수 있다.
또한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는 굵직한 시사 쟁점들은 구술에서 즐겨 다루는 주제다. 이 책에는 마치 삼국지나 손자병법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전략과 논쟁술이 나오다가, 협상과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도 보여준다. 문장을 읽으면서 쉬엄쉬엄 뜻을 새기다 보면, 말을 차지게 만드는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권희정 상명사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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