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엇에 쫓기는 악몽을 꾼다. 쫓는 것은 귀신이나 맹수가 아니라 특이하게도 두 음절로 맞춰진 글자들이다. 이런 것도 철학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두 글자들을 끄집어내어 철학을 한다. 존경 아부 행복 질투 고통 모욕 용기…. 진리나 이념 같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우리가 매일 대하는 일상들이 철학의 ‘레시피’를 이룬다. 저자는 늘 먹는 음식처럼, 늘 겪는 생활들로 철학을 만든다. 하필 두 글자이어야 하는 이유는 저자가 꾼 꿈 때문이다. 당혹스러운 저술 동기부터가 너무나 친숙하고 그래서 색다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일상의 가치들에 섬세한 현미경을 들이대며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도서관에 비치된 신문에서 복권 기사가 잘려 나간 것을 보고 저자는 인간의 욕망을 되돌아본다. 사람들은 ‘행운’을 꿈꾸며 복권을 산다. 그러나 능력 아닌 것에 기대었다는 죄의식 때문에 떳떳하지 못하다. 복권에 행복의 전부를 거는 무거운 삶. 즐겁게 놀이하는 능력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깨닫게 한다.
철학이 일반인에게서 너무 멀리 있게 된 것은 엄격한 이성 중심의 전통 때문이다. 소외되어 온 것들을 찾아내어 내재된 감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재미있다. 록그룹 ‘체리필터’가 부른 노래 ‘낭만 고양이’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슬픈 바다로 떠난다.
도시의 추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맛본 도시의 밤고양이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는 “자유롭고 싶어서”다. ‘질투’와 ‘시기’는 어떻게 다를까? 질투는 인간관계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취하려는 긍정적 목적에서, 시기는 타인의 능력을 파괴하려는 부정적 목적에서 나온다. 그래서 종종 삶의 힘이 되기도 하는 질투와 달리, 시기심은 훨씬 엄격한 잣대로 비난받는다. 이 책은 이렇게 감정을 비교함으로써 특색이 살아나고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청소년은 누구보다도 철학에 가깝다. 정답만 필요하다는 껍질을 살짝 벗겨 주면 어른보다 훨씬 자유롭게 철학을 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고민하면서도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철학은 멀리 있고 지식은 외워서 채운다.
철학적 훈련이 덜 된 청소년에게 대학의 논술 문제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철학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재치 있는 의미 탐색과 삶을 섬세하게 성찰하는 원근법을 배워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 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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