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는 논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다. 삶의 조건으로서 환경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편리한 삶과 표리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끝에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연에 대해 알지 못한다. 늪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에게 늪의 이미지는 언제나 낯설고 음침하다. 때로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무서운 늪이 우리를 천천히 집어삼키는 터무니없는 공상으로 인해 늪은 우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우포늪은 우리들이 가진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르다.
1억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형성된 우포늪은 70만 평의 면적에 1000여 종의 생명체가 어울려 살고 있는 그야말로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다. 그곳에는 낯익은 종부터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종까지 수많은 곤충들이 있다. 봄철 우포늪을 떠들썩하게 하는 쇠딱따구리를 비롯한 145종의 새와 40여 종의 물고기도 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우포늪에 사는 430여 종의 식물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지름이 2m가 넘는 가시연꽃이 있는가 하면 자운영 물옥잠 창포 같은 식물들은 늪지 곳곳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면서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 또 갈대나 부들, 그리고 창포나 줄 같은 식물들은 물을 정화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수생식물의 보고요 살아있는 곤충 박물관이며 철새들의 낙원인 우포늪. 많은 과학자가 예견하는 대로 21세기가 생물 종 확보를 위한 ‘포성 없는 전쟁의 시대’라면 다양한 생물 종이 살고 있는 우포늪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식량과 의약품의 원료로서 생물의 다양성은 생태계 안정의 척도이자 국력의 상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포늪의 가치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이나 우포늪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면 물을 가두고 가물 때엔 물을 풀어 주는 우포늪은 홍수조절기능을 가진 댐의 역할도 한다. 2001년에 측정한 우포늪의 환경자산 가치는 연간 5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책은 글보다는 사진을 위주로 짜여 있다. 말로만 듣고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수많은 생물의 모습을 통해 원시의 숨결을 느껴 보자. 더불어 늪의 환경과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요인들을 알아봄으로써 늪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연이 생명의 고리임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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