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로저 본 외흐 지음·박종하 옮김/227쪽·1만 원·21세기북스

논술의 관건은 창의적 사고다. 창의적 사고란 무얼까? 그것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예상하고 별개로 보이는 현상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관성을 찾는 일이다. 한마디로 같은 것을 보되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창의적 사고다. 어떻게 창의적 사고에 이를 수 있을까?

스승이 제자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잔이 다 찼는데도 스승은 계속 차를 따른다. 놀란 제자는 “그만 따르세요. 차가 넘쳐요”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스승이 말한다. “너도 똑같단다. 네가 나의 가르침을 받으려면 먼저 네 마음의 잔을 비워내야 한다.”

태양이 밝으면 별이 보이지 않듯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할 때 창의적 사고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기원전 500년,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헤라클레이토스의 경구를 통해 이 책은 창의적 사고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

‘한계가 지혜를 낳는다’는 경구를 생각해 보자. 음식을 보관할 때 염장법(鹽藏法)을 썼던 중세 유럽에서 후추는 필수적인 향신료였다. 그런데 후추를 수입하던 동아시아의 길이 터키인들에게 막히자 유럽의 탐험가들은 바다로 눈을 돌린다. 그 결과 유럽인들은 전 세계로 진출했고 부산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다. 이슬람의 대표적 건축물인 스페인의 알카자 궁전과 알람브라 궁전도 마찬가지다. 자연계의 온갖 기하학적 문양으로 이름난 무어의 모자이크는 사실 사람과 생물의 사실적 표현을 엄격히 금지한 코란의 산물이다.

‘우주는 일정한 패턴으로 말한다’는 경구는 어떤가? 14세기에 발견된 피보나치 수열의 황금비율(1:1.618)이 말해주듯 자연계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식물의 생장점에서 앵무조개의 나선, 대양의 파도까지 우리가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때마다 우주는 자신의 비밀을 보여 주고 발견과 깨달음의 세계로 이끈다.

상징과 역설, 모호성으로 가득 찬 30개의 경구는 ‘창의력을 키워 주는 생각’ 그 자체다. 그렇다고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든가 ‘개들은 모르는 것을 보면 짖는다’든가 하는 경구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헤라클레이토스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경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은 바로 창조의 과정인 까닭이다.

중요한 것은 경구와 나의 문제를 어떻게 접목할까 하는 점이다. 해답은 분명 우리들 안에 있다.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는 ‘나는 나에게 묻는다’고 한다. 어떻게 스스로 해답을 꺼낼까? 마음을 열고 이 책을 읽어 보자.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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