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쿠바의 실험

기름 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비싼 기름 값 때문에 아우성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최근의 지표들이 보여 주는 지구 환경의 극심한 변화다. 섭씨 52도의 살인적인 더위와 112년 만의 가뭄, 그리고 기록적인 폭우와 극심한 물 부족 등등.

인류는 물론 다른 생명체의 멸종마저 거론될 정도로 지구는 지금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와 지구 온난화의 여파다. 머지않아 닥치고야 말 대재앙을 피할 길은 없을까? ‘작은 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은 우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가 된다.

1990년대 이전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삶을 누렸다. 모든 것이 해외에서 수입되었고 소련은 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소련의 몰락과 뒤 이은 미국의 경제 봉쇄로 쿠바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공장은 폐쇄되고 실업자는 넘쳐 났으며 석유에 의존하던 교통은 마비되고 전염병마저 창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생태 도시 아바나의 노력과 지혜가 놀랍기만 한 이유다.

이 책은 아바나가 자급자족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도시농업에 대한 보고서다. 쓰레기장이나 다를 바 없는 불모의 땅을 밭으로 바꾸어 놓은 ‘오가노포니코.’ 미생물이나 벌레를 이용하여 화학비료 없이도 많은 수확을 올린 바이오 농약. 심지어 친환경 유기농업으로서의 도시농업은 수입 약품을 대체할 녹색 약품을 공급하고 고용 창출과 환경을 개선하며 삶의 보람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도시농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풀뿌리 권력과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신뢰와 협력과 자발성에 기초한 삶의 문화가 없었다면 자동차 천국이었던 아바나가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하는 교통 혁명이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두뇌 유출이 없는 의료 서비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도시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래서 도시 주민에게 어떻게 물과 식료품을 공급하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지 환경과 효율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다. 그런 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쿠바의 실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바의 실험이 우리의 모범 답안일 수는 없겠지만 경쟁과 불신과 이기주의라는 물질문명의 재앙 속에서 인류를 구해 낼 희망의 실마리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논술은 지금 이 땅에 발 디디고 있는 우리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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