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커피 한잔에 담긴 고달픈 사연 아십니까…지식ⓔ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논술은 인간다운 삶을 지향한다. 바르고 가치 있는 삶은 언제나 논술의 최종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앎’이 있다. 따뜻한 가슴 못지않게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智識)’이라는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종종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는 엄청난 사연들이 숨어 있다. 햄버거 한 개에 들어가는 쇠고기 100g을 얻기 위해 열대우림 5m²의 숲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사라진 숲은 지구의 온도를 매 순간 높인다. 그런가 하면 오각형과 육각형의 가죽 32조각으로 된 축구공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아이들은 1620회의 바느질을 해야 한다. 더욱이 그들이 만든 축구공 하나의 가격이 15만 원인 데 비해 하루 종일 축구공을 꿰매는 아이들의 일당은 300원이라는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루 25억 잔이 팔리지만 고작 1%에 그치는 소규모 재배 농가의 이윤 역시 커피에 담긴 우울한 이면이다.

짤막짤막한 40가지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결코 짧지 않은 우리네 삶을 보여 준다. 거기에는 인종과 성, 신체적 장애에 따른 차이와 차별이 있다. 수요일마다 14년째 이어져 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도 있고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로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의 가난한 삶도 있다. 핵무기보다 무서운 식량 문제에서 왕따, 스크린쿼터, 그리고 우주 탐험까지 이 책의 관심은 무척 다양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무관심하게 흘려버린 지식들을 환기함으로써 이 책은 우리 스스로 손상시킨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부르는 동요 ‘라쿠카라차(La cucaracha)’의 뜻이 ‘바퀴벌레’라면? 게다가 이 노래가 멕시코 농민들의 가난과 희생의 역사가 담긴 민요라면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되었던 만큼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먼저 영상용 사진과 통계 수치로 우리의 감성을 한껏 자극한 뒤 깊이 있는 관련 지식과 정보로 현상의 의미와 문제점을 다지는 식이다. 간략하나마 주제별로 책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한 참고 문헌 또한 관심과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세상의 많은 지식과 삶이 나와 동떨어져 있을 때 우리들의 논리는 편협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세상, 나와 함께 존재하면서도 관심 밖에 있었던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 보자. 새로운 삶과 새로운 논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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