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섬뜩한 中동북공정 프로젝트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애국가를 우리 후대(後代)는 언젠가 이렇게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은 동북(東北) 및 서북(西北) 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북공정’과 ‘신장(新疆)항목’이라는 2대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어 차근차근,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역사를 왜곡해 나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역사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 정치적 계산과 필요에 따른 국가사업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부터 발해까지 4000년 안팎을 백두산을 중심으로 만주 벌판을 호령하며 살았던 한민족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아 중국의 변방 정권 역사로 축소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이 공식 인정하는 한민족 역사는 19세기 이후의 간도(間島) 개척사뿐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대부터 동북지방 역사 왜곡에 은근히 공을 들여 왔다. 1980년대 개별 학자들이 해 오던 역사 왜곡 작업은 1997년 중국사회과학원이 간여하면서 차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2년 2월부터는 많은 학자를 동원한 ‘정부 차원의 역사공정’으로 바뀌었다.

역사 왜곡을 위한 중국 학자들의 연구는 끈질기고 철저하다. 역사서를 뒤지고 현장을 파헤치며 유리한 역사의 편린들을 수집해 집대성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역사적 논쟁거리나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역사적 주장의 빈틈을 헤집고 들어온다.

이들이 내세우는 사료(史料)와 논리의 허점을 정확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간 국제사회에서 감정에 사로잡혀 역사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국민이라는 오명을 덮어 쓸 수도 있다.

구당서(舊唐書)는 발해의 건국 주체 세력을 고구려 유민이라고 기록했지만 신당서(新唐書)는 말갈로 바꿔 버렸다. 이후 발해의 주체 세력에 대한 논쟁은 10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역사는 한번 기록되면 이처럼 바꾸기 어렵다. 중국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대목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결과물이 1000년 뒤 한중 간 역사 해석에서 주요 근거가 되지 않으리라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정부와 학계가 함께 나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