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담배와의 전쟁 일단 성공" 이번엔 '비만 퇴치'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54분


흡연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둔 미국 사회가 이제는 비만을 과녁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USA투데이가 8일 보도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날 패스트푸드 업계에 비만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면서 “잘하는 기업은 시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인의 65%는 과체중 내지 비만으로, 비만과 관련한 사망자만 연간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식품 관련 정책 포럼들의 주제도 대부분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담배와의 전쟁은 사회 캠페인, 고율의 세금 부과, 흡연 장소 제한 등 30여년간의 총력전으로 성과를 거뒀다. 흡연자는 1955년 남성의 57%, 여성의 28%였으나 2001년엔 남성의 25.5%, 여성의 21.5%로 줄어든 것.

비만과의 전쟁은 ‘흡연전’을 본보기 삼을 것으로 보인다. 열량이 높은 탄산음료, 과자, 사탕 등에 ‘정크푸드 세금’을 물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세금으로 총 10억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대학 연구소가 주축이 돼 하루 2000보만 더 걸으면 현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며 만보계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살을 빼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행동에 나서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만과의 전쟁은 ‘흡연전’보다 훨씬 어려운 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흡연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제약이지만 비만은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 또 담배 제조업체보다 식품과 관련한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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