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문법案]동아-조선-중앙 점유율 ‘끌어내리기’

  • 입력 2004년 10월 15일 18시 22분


《열린우리당이 15일 발표한 ‘신문법’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서는 활동 규제를, 친여(親與) 영세 매체 및 인터넷 언론에 대해서는 지원과 띄우기를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법안 중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평가받는 점유율 제한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경영 자료 정부 보고, 무가지 및 광고 제한, 신문발전기금 편향 지원 조항 등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점유율 평가 잣대없어 멋대로 제재가능▼

열린우리당이 이날 발표한 신문법 제정안 중 가장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제16조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일간지 중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전체의 3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 2003년 말 매출액 기준으로 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70.3%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조항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추정돼 매출액의 3%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 출연금 등으로 조성될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이중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조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 조항의 근거가 된 공정거래법 4조는 1개 사업자가 전체 점유율의 50%를 넘거나, 3개 이하의 사업자가 전체 점유율의 75% 이상일 경우에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이 공표한 신문법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 기준을 강화했다.

전체 방송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독과점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3사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별다른 점유율 규제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다. 현 방송법은 1개 방송사가 전체 매출액의 33%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으나, KBS MBC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이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여론 시장을 주도하는 신문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공공성이 요구되므로 기준을 강화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가 신문 점유율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특정 신문사가 경쟁 신문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신문 시장 개편을 시도할 경우에만 점유율을 제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해외 사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점유율을 정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법 집행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행 부수, 매출액 중 ‘3개사 60%’ 조항에 해당되는 항목이 자의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동아 조선일보 등 극히 일부 신문사만이 유가부수를 공개하고 있어 전 일간지에 대한 부수 파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건국대 김동규(金東奎·신문방송학) 교수는 “경영 성과를 근거로 전체 시장 규모와 각사의 시장 점유율을 정확하게 분석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간지 시장만 시장점유율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 방송 인터넷 등을 포함한 저널리즘 영역 전반을 시장 점유율 파악을 위한 모집단으로 삼는 것이 사리에 맞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신문사 경영자료 정부에 제출 의무화▼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은 신문사들이 매년 발행부수, 유가(有價)판매부수, 인쇄부수, 구독료, 광고료, 영업보고서, 재무제표 등 경영자료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광범위한 경영자료 제출이 신문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부가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개별 기업의 ‘영업 비밀’인 부수나 광고료 자료까지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이자 언론자유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개별 신문사들은 이미 회계감사 보고서를 통해 재무제표나 영업 관련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경영자료 제출 조항은 1980년 신군부가 제정한 언론기본법에서 ‘매년 언론기업의 재산상황을 공고하고 그 내용을 문공부 장관에게 제출토록 한다’고 규정한 것과 유사하다. 이 독소조항은 언론기본법이 87년 정기간행물등록법으로 대체되면서 삭제됐다.

신문사 관계자는 “부수 공개는 신문사가 광고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발행부수공사기구(ABC)를 통해 자발적으로 밝히는 기업 활동으로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라며 “언론 기업의 비밀 자료 제출은 언론자유의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신문사 정보 일체를 파악하고 통제하던 5공 때의 악법 조항을 부활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교수는 “발행부수가 적고 경영 상황이 열악한 마이너 신문들이 경영자료 공개로 부수와 광고료가 드러나면 광고 유치가 힘들어져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무가지 배포 금지-광고비율 50%제한▼

신문법안 중 일간지의 무가지 배포를 금지하고 광고를 제한하는 조항이 논란을 낳고 있다.

법안은 일간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으며 무상으로 경품을 제공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신문고시에는 무가지와 경품을 포함해 1년 구독료의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판촉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문재완(文在完)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무가지를 제공하지 못하면 군소 신문이나 신설 신문들은 홍보할 방법이 없어 신문시장 신규 진입이 어려워진다”며 “기존 신문시장의 구도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재천(劉載天·언론학) 한림대 한림과학원장도 “신규 독자를 창출하기 위해 일정기간 무료로 신문을 보게 하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선택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법안에는 또 일간지의 광고를 전체 지면의 50%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사적 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영재(崔英宰)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희소성이 있는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과 달리 신문은 사기업인데 광고의 적정 비율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동규(金東奎)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자들의 알 권리 보장이란 취지는 이해할 만하나 제한 기준을 50%로 정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광고를 제한하려면 구독료 인상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월간지나 주간지의 광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일간지의 광고만 규제하는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신문법 중 주요 내용 및 문제점
주요 항목내용문제점한나라당 입장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일간지 중 1개사의 점유율이 전체의 30% 이상, 3개사 점유율이 전체의 6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신문발전기금 대상에서 제외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1개사 점유율이 50%, 3개사 점유율이 75% 이상인 데 비해 지나치게 자의적 적용 논란동아 조선 중앙일보만 해당시장 점유율 제한 반대
경영 자료 정부 신고일간지는 매해 발행부수, 구독료, 광고료, 주식의 지분 총수 및 지분 내용을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1980년대 언론기본법에 명시됐다 1987년 폐지됐던 조항으로 정부의 언론 통제 강화 가능성반대
광고 제한 및 무가지 배포 금지일간지 전체 지면 중 광고 비율상한선을 50%로 제한무가지 및 경품 제공 금지신문의 자율적 편집권 제한 우려. 광고가 집중되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겨냥반대
신문발전기금 조성 및 편향 지원문화부 장관은 정부 출연금 등으로 신문발전기금을 조성, 운영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제외한 영세 매체 및인터넷 매체를 지원토록 함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신문발전기금을 자의적으로 친여 성향 매체에 집중 지원 가능성입장 결정 못함
편집위원회 신설회사 대표와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편집 규약 제정토록 규정언론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편집 방향에 대한 제약반대
공동배달제 지원민간 유통전문법인이 문화부 장관에게 신고시 지원토록 함친여 매체가 추진 중인 공동배달제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유보
한국언론진흥원 신설국회의장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고 문화부 장관이 위촉하는 9인의 이사로 구성되는 한국언론진흥원을 설치해 현 한국언론재단 대체친여 성향의 인사들이 참여할 한국언론진흥원이 친여 매체 위주의 지원책 마련 가능성입장 결정 못함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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