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정권의 진퇴를 걸고 추진했던 수도이전 작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여권이 여론의 반대가 심한 이들 입법과제의 추진을 강행하려 들 경우 상당한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 보완’의 경우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여권 지도부는 우선 당내 이견부터 정리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당내에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야당과의 협상뿐 아니라 여론도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보법 폐지 당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여론보다 훨씬 높은 점은 열린우리당의 일방적 입법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법 과거사진상규명법 등도 모두 야당과의 타협 없이는 현실적으로 입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이들 법안의 처리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이들 법안에 관해 열린우리당과의 정책공조 파기를 선언해 열린우리당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수도이전 위헌결정을 계기로 정부여당에 대해 불필요한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라는 여론의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 예상되는 점도 여권엔 고민거리이다.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당면한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오히려 4대 입법과제의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강공 드라이브’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수도이전 문제를 어떻게든 일단락 짓기 전에 국보법 처리 등을 위해 전선을 확대하기엔 아무래도 여권의 힘이 달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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