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기국회를 앞두고 공개된 세부 방안들이 여권 내에서조차 엇갈린 반응이 나올 만큼 모순적이고 독소적인 조항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언론자유와 시장경제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엊그제 토론회에서 있었던 문제 제기는 빙산의 일각을 드러냈을 뿐이다.
여권이 내놓은 방안들은 이른바 ‘언론개혁’보다는 ‘신문개혁’으로 불려야 적당한 것들이다. 방송은 제쳐 두고 신문을 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신문시장의 점유율 제한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위 3개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동아 조선 중앙 3개 신문사에 의한 여론 독과점이 심각하다는 게 여권의 도입 이유다.
당초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을 경우 제재하겠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그 수치가 60%로 낮아졌다. 하향(下向) 조정의 근거조차 없는 ‘고무줄 기준’이다. 일부 신문을 어떻게든 규제 대상에 넣겠다는 속셈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여론 독과점이 문제라면 3개 신문사가 여론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느냐가 점유율 측정의 기준이 되어야 합리적이다. 당연히 방송과 인터넷언론이 시장점유율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여권은 구체적인 계산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떤 기준을 세워도 객관성 확보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점유율 상한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강제로 신문 구독을 끊게 해야 한다. 현실성 여부를 떠나 통제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30%로 제한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방송법의 소유지분 제한선인 30%를 준용한 것이라지만 사기업인 신문과 공공의 자산인 전파사용권을 위탁받아 운영되는 방송을 같은 위치에 놓고 보는 것은 억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산권 침해 등 이 방안이 갖고 있는 위헌적 소지가 아닐 수 없다.
잘못된 보도에 거액을 물리게 하는 ‘징벌적 배상’은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신문고시 위반에 대한 포상금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체 예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이 책정되는 등 곳곳에 무리수와 비정상이 발견된다.
이런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여(親與) 성향의 어느 학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언론 개혁의 목표가 ‘조중동’을 혁파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적 의도에서 여권이 신문시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려고 나섰으니 앞뒤가 안 맞는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여권이 주장하는 ‘신문개혁’은 출발부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