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타임스는 ‘심리분석가의 기술을 가진 테너’라는 이색적인 제목으로 그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그가 ‘가벼운 목소리를 내다가도 곧 바리톤을 연상시키는 도밍고의 어두운 음색을 드리울 수 있다’며 그의 탁월한 음성연기를 추켜세웠다.
음반이 아닌 실제 오페라 무대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할까. 의심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 베를린)에서 그가 출연하는 비제 ‘카르멘’을 본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놀라울 정도로 원숙한 악구(樂句)처리, 완벽히 캐릭터에 몰입하는 뛰어난 연기…. 그 어떤 무제한의 찬사를 바친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세계의 오페라 팬들이 왜 비야손이라는 이름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증거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최근 전문가급 팬들의 오페라 감상모임인 ‘광장클럽’은 신예 테너들의 면모를 비교하는 특집 감상회를 가졌다. 요즘 각광받고 있다는 이탈리아의 살바토레 리치트라, 몰타의 조세프 칼레야, 중국의 다이위치앙(戴玉强) 등이 비교 대상이었다. 결과는? 한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롤란도 비야손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매력적인 목소리도 목소리거니와, 그의 음성연기는 테너가 표현할 수 있는 극한점에 도달했다는 느낌에 대부분 동의했다.”
지금 기자는 방금 도착한 그의 두 번째 앨범 ‘구노와 마스네의 아리아집’(버진클래식스)을 듣고 있다. 그가 노래하는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의 아리아는 새벽의 붙잡을 수 없는 꿈을 헤매듯 달콤하면서도 아련하다. 구노 ‘파우스트’의 ‘정결한 집’에서 연한 갈색으로 빛나는 목소리는 어느새 클라이맥스를 향해 화염처럼 불타오른다.
이번에도 기자의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하나를 더한 별 여섯 개다. 아름다운 노래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비야손의 이름을 외면할 권리는 없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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