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요리를]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 베르두씨와 딸의 ‘요리 놀이’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20분


“뜨겁지 않을까….” 닭꼬치를 그릴에 올리는 딸과 이를 지켜보는 아빠가 한마음이 된다. 아빠 베르두 씨와 딸 지나 양이 닭꼬치 요리에 푹 빠져있다. 원대연 기자
“뜨겁지 않을까….” 닭꼬치를 그릴에 올리는 딸과 이를 지켜보는 아빠가 한마음이 된다. 아빠 베르두 씨와 딸 지나 양이 닭꼬치 요리에 푹 빠져있다. 원대연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사는 레모 베르두 씨(42·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는 휴일이면 곧잘 앞치마를 두른다. 손님을 위한 거창한 호텔요리가 아니라 가족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한다. 고사리 손이 거들기 때문에 요리가 ‘일’이 아니라 ‘유쾌한 놀이’가 된다.

딸 지나 양(7·외국인학교 1학년)은 엎드려 숙제를 하다가도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면 부엌 쪽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더니 이제 곧잘 재료 다듬기부터 상 차리기까지 거든다. 지난해 9월 입학해 한창 학교 가는 재미에 빠져있는 딸은 지난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아빠는 즐겁게 맞장구친다.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게 하면 오감이 발달하죠”

베르두 씨의 아내 한상숙 씨(33)는 “다른 요리사들은 집에서는 요리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남편은 집에서 요리해야 진짜 프로라고 말하며 기꺼이 앞치마를 두른다”고 전했다. 요리시간은 평일 귀가가 늦은 베르두 씨가 휴일에 아내를 위해 봉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베르두 씨는 스위스인이지만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한다. 외할머니가 이탈리아에서 음식점을 경영해 이탈리아 음식에 익숙한 때문이다. 근무지를 2년마다 바꿔 각국의 음식을 익숙하게 만든다.

오늘의 요리는 닭꼬치. 닭은 단백질이 풍부해 몸에도 좋고 맛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러나 슈퍼에서 사온 닭가슴살은 보기에 좋지 않다.

“아이에게 재료를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게 하면 오감이 발달하죠. 처음에 닭가슴살이 ‘징그럽다’고 하는 지나에게 ‘익으면 바로 네가 좋아하는 치킨이 된다’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 척척 만지네요.”

채소를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편식도 없어졌다. 지난 가을 이모가 김치 담그는 것을 돕더니 매운 김치도 잘 먹는다. 마늘 빵은 만들기도 쉽고 ‘빵순이’ 지나 양이 무척 좋아한다. 베르두 씨는 “바게트에 버터를 바를 때 지나의 표정을 보면 너무 진지해 웃음이 난다”며 “요리는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좋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아빠, 저 할 수 있어요(I can do it).”

지나 양이 조심스럽게 마늘 빵을 생선 굽는 그릴에 넣는다. 불기가 겁이 나는지 그릴 입구 쪽에 슬쩍 놓는다.

베르두 씨는 그릴에서 다시 접시를 꺼내 만지면서 뜨겁지 않다고 안심시킨다.

“뜨겁지 않아. 밀어 넣어봐(It's not hot. Push it).”

아빠 말에 금방 안심이 된 지나 양은 접시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와 요리할 때는 날카로운 칼에 베이거나 뜨거운 불에 데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나 양은 흰 빵이 노릇노릇 구워져 갈색이 되는 과정이 신기한지 꼼짝도 안 하고 지켜본다. 관찰력이 저절로 좋아질 터.

“돈가스 소스같이 익숙한 소스를 사용해야 아이가 잘 먹습니다. 간이나 향이 너무 강한 것은 아이의 미각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접시에 담는 일은 지나 양의 몫. 꼬치를 담고 으깬 감자를 두 군데 나눠 담아 “눈”이라고 설명한다. 그 위에 마늘 빵 두개를 놓더니 “토끼 귀야”하고 말한다. 지나를 닮은 귀여운 토끼가 완성됐다.

“아이와 함께 요리하면 가족사랑이 보글보글”

어떤 그릇에 담을까, 어떤 모양을 만들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길러진다. 지나 양은 “내가 만든 거라서 정말 맛있다”고 연방 외치며 먹는다.

베르두 씨는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면 가족사랑이 보글보글 끓는다”며 “교육적 효과는 그 다음 문제”라고 활짝 웃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Plus 키즈’는 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 레모 베르두 씨와 그의 일곱 살 난 딸 지나 양이 함께 진행하는 ‘아빠와 요리를’ 코너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이렇게 만들었어요▼

○ 닭꼬치(4인분)

▽준비물=닭가슴살 8조각, 호박 반 개, 방울토마토 8개, 꼬치막대 4개, 소금 후추 식용유 약간씩

▽만드는법 ①호박은 1cm 두께로 썰어 이등분 하고 닭가슴살은 가로 세로 2cm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조각낸다 ②닭가슴살, 호박, 방울토마토를 꼬치마다 2개씩 번갈아 가며 끼운다(내가 꼬치를 잡고 지나에게 재료를 끼우도록 하면 찔리지 않죠) ③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④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강한 불에서 타지 않게 자주 뒤집으며 5분간 익힌다(생선 굽는 그릴에 넣어도 됩니다).

○ 마늘 빵(4인분)

◇준비물=통 바게트 1개, 버터 100g, 다진 마늘 100g, 다진 파슬리 10g,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드는법 ①바게트를 1cm 두께로 어슷하게 썬다 ②볼에 버터를 넣고 걸쭉한 상태가 될 때까지 젓는다 ③다진 마늘과 파슬리를 넣고 잘 섞는다 ④바게트에 마늘버터를 바른다(지나는 정신을 집중해 버터를 바르죠) ⑤바게트를 오븐에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2분간 굽는다(생선 굽는 그릴에 넣어 구워도 돼요).

○ 으깬 감자(4인분)

◇준비물=감자 5개, 우유 200mL, 버터 50g,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드는법 ①소금물에 깐 감자를 넣고 잘 익힌 뒤 체에 곱게 으깬다(지나는 감자 까는 것부터 좋아해요. 물론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감자 깎는 기구와 아이 손을 한꺼번에 잡고 감자를 까는 것은 제 손이지만) ②주걱으로 감자가 잘 부서지도록 한다(역시 재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지나의 몫이죠) ③따뜻한 우유와 버터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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