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그늘 벗어날때” 신예발굴 활기
○작가 지원
충남 천안에서 아라리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 회장(54)은 최근 30대 젊은 작가 8명과 전속계약을 하고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미술품 수집가이자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회장은 정수진 박세진(이상 회화), 전준호 구동희(이상 비디오), 권오상(사진 설치), 이형구(설치), 백현진 이동욱(이상 조각) 등 8명을 선정해 스튜디오임대료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국내외 전시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선정된 작가들은 1인당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김 회장은 “미술작업은 번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제주도에 스튜디오 부지를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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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서는 아라리오 갤러리 측의 지원조건이 유례없이 파격적이어서 기존 화랑에 소속되어 있던 젊은 작가들까지 들썩인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한편, 3년간 작가 지원을 중단해 왔던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도 올해부터 ‘young artist’를 발굴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미술관 측은 올해 두 차례의 공모심사를 통해 이문주 우종택 최준경 정재호 임자혁 정규리 등 16명의 젊은 작가를 선정해 3월부터 2006년까지 차례로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도록제작비 등 창작지원금을 줄 계획이다. 또 10여 명의 작가가 함께 입주할 수 있는 스튜디오 부지도 물색 중이다.
경매업체인 서울옥션도 화랑과 미술평론가들이 추천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만 경매에 올리는 새로운 개념의 컨템퍼러리 아트경매인 ‘Cutting Edge(최첨단)’전을 올해부터 매년 2, 3회 열 예정이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 100여 명을 발굴 육성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시 봇물
매년 1, 2월 화랑가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갤러리와 미술관마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페이스 씨’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한국 전통미술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차용해 재구성한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 ‘리메이크 코리아’를 3월 26일까지 갖는다. 또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도 ‘시각서사’전(26일까지)에 영화와 미술의 만남을 시도한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가나아틀리에에서 1년간 작업한 김아타 양만기 박은선 고낙범 등 9명의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나인 원 맨 쇼’가 16∼2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왜 젊은 작가인가
일단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수요 확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해외 아트페어. 국제 갤러리 이현숙 사장은 “한국은 경기불황이지만, 세계적으로 호황인 추세에 힘입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품들이 가격경쟁력을 갖다보니 국내 컬렉터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 화상(畵商)들의 전언.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는 “요즘 컬렉터들은 몇몇 중견작가들로 제한된 컬렉션에 한계를 느껴 점차 새롭고 신선한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초고층 첨단 아파트들이 증가하면서 고전적 평면회화에서 벗어나 현대적 작품으로 실내를 꾸미려는 수요도 한몫하고 있다. 주부 이성실 씨(57·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10여 년간 컬렉션해 온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걸려다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어, 최근 구입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사진들을 걸었다”고 소개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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